[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삐뽀삐뽀’]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배 아프면 관장부터 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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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급성 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대변이 장에 꽉 들어차 장이 늘어났을 때다. 실제 울며 업혀 들어온 아이가 관장으로 대변을 시원하게 본 뒤엔 의사에게 "이젠 안 아파요” 라며 기분 좋게 웃는다.

어린이는 감염병이 복통을 초래하기도 한다. 감기 증상이 있는가 싶더니 복통을 호소하는 식이다. 염증이 소장이 끝나는 부위의 림프절에도 전달돼 복통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때 특징은 통증이 주로 배꼽 주위나 오른쪽 아랫배에 국한된다. 하지만 5세 이하 어린이는 급성맹장염과 구별이 어려울 때도 종종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복통의 양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만일 반나절 정도 기다려도 아이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다행히 장간막 림프절염은 원인이 되는 염증이 가라앉으면 저절로 낫는다.

어린이 복통 중 수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은 급성 맹장염이다. 맹장염은 10대 초반 연령이 가장 많다.

나이가 어릴수록 맹장염이 드문데 실제 두 돌 이전엔 거의 없다. 따라서 진단 시기가 늦춰져 맹장이 터진 후에야 진단이 붙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 맹장염의 주된 증상은 명치 부위나 배꼽 주위, 또는 배 전체에 갑자기 나타나는 복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픈 부위가 오른쪽 아랫배에 국한된다. 또 복통이 있은 지 몇 시간만 지나면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하고 식욕도 뚝 떨어진다. 병이 진행되면 열도 나고 아이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서 맹장염 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면 토끼뜀을 시켜 보자. 맹장염 환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 못 뛴다. 맹장염은 조기 진단·치료가 해결책이다.

어린이 복통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장염을 꼽을 수 있다. 장염이 원인일 땐 설사나 구토가 동반되는 게 특징. 장염이 초래한 복통은 장염이 치료되면 덩달아 가라앉는다.

장염 원인은 식중독, 바이러스성 감염, 세균성 감염 등 다양하며 치료는 원인별로 달라진다. 예컨대 바이러스성 장염 링거 수액 등으로 탈수를 교정하면서 바이러스가 제풀에 지치길 기다려야 한다. 반면 이질 같은 세균성 장염은 항생제로 균을 박멸해야 한다.

세 돌 미만 어린이 복통 원인으로는 장중첩증도 있다. 앞쪽에 위치한 장이 뒤쪽 부위의 장으로 들어가 막힌 상태로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의 80%가 1세 미만이다. 증상은 잘 놀던 아이가 토하면서 다리를 배 위로 끌어당기고 큰 소리로 울다 쉬기를 반복한다. 처음에는 우는 중간중간 잘 놀다가 점점 아이가 처진다. 환자 세 명 중 두 명은 장이 꼬인 지 반나절 이내에 젤리 같은 붉은 변을 본다.

치료는 너무 늦지만 않으면 수압을 이용한 바륨 관장으로 겹친 장을 빨리 풀어줌으로써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만 하루가 지나 겹친 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진행하거나 괴사에 빠지면 수술로 꼬인 장을 풀어 주거나 손상된 부위를 잘라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우리 아이 건강 퀴즈

Q. 열 살 된 딸이 숙제를 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운다. 좀 참아 보라고 했지만 30분이 지나도 계속 아프다고 한다. 머리를 짚어 봐도 열도 없고, 최근에 아팠던 적도 없다. 집에서 어떤 조처를 가장 먼저 취해야 하나.

① 소화제를 준다

② 배를 만져 주거나 핫팩을 대 준다

③ 이온 음료수를 마시게 한다

④ 관장을 시켜 대변을 보게 한다

⑤ 손가락 끝을 따 준다

<해석>정답은 ④번. 자세한 해설은 위의 ‘삐뽀삐뽀’기사 참고

절대 금해야 할 행위: ⑤번, 복통 경감에 효과는 없고 감염 위험만 높임

③은 설사·구토를 동반한 경우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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