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경영일기]여성들을 일터로 불러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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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세계의 어느나라 여성에 못지않게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체육등 국제대회에서의 화려한 입상경력이나 각종 전문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인력의 활용은 취업률이나 연령분포등으로 볼 때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자기의 능력껏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있지 못한 실정이다.

고용실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5세이상의 여성 취업률은 평균 48%로 일본 (50%).미국 (58%) 보다 낮다.

대만 (45%) 이나 홍콩 (47%) 보다는 높으나 연령별 격차가 크다.

25~29세 여성의 경우 우리나라의 취업률은 46%로서 일본 (64%).미국 (77%) 는 물론 대만 (63%) 이나 홍콩 (82%) 보다도 크게 낮다.

이는 한참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양질의 노동력이 사장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한 사람의 가장이 전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은 점차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10여년전에 영국에서 금호실업 주재원 생활을 하는 동안 이웃 영국 사람들을 가까이 사귈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였으며 참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요즘 우리 가정에 흔한 냉장고를 그들이 본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후탓도 있겠으나 그들은 소형냉장고를 사용하며 자동차도 소형을 애용한다.

이러한 소형자동차도 그나마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유지비를 대기도 어렵다.

영국은 선진국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되고 싶어할 뿐이다.

그런데도 영국보다 우리의 씀씀이가 더 헤프고, 규모가 더욱 크고, 고급화 되어 있다.

영국같은 선진국에서 둘이 벌어도 유지하기 어려운 자동차를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도 대부분 중형으로 혼자 벌어서 타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소비 구조가 왜곡되고 기업은 끊임없이 임금인상압력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장되고 있는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요즘 여성들은 취업에 필요한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의 적극적인 근로참여로 '가계의 안정' 을 기하고 '근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금호그룹에서는 이런 취지에서 2년전부터 '주부사원제' 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여직원의 결원시 주부사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특히 그룹직원의 부인이 취업을 원하는 경우 직종 구분없이 능력에 맞추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의 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종업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사원들의 호응도도 높아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이러한 제도가 많은 기업들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여성이 취업하기란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고용이 차별화돼있는 사회구조가 그렇고 가정을 돌봐야 하는 여성의 입장이 그렇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수십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올 만큼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여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산업역군화해 여성들의 삶의 성취도를 높이고 가계를 살찌우며 더불어 국가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때이다.

신형인 <금호폴리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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