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부도처리 2개월 유예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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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번째 열린 4일 기아 채권단회의는 기아의 버티기작전에 은행들이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경영권 포기각서와 감원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내놓지 않으면 부도처리도 불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결국 극약처방을 피하고 추가자금지원 거부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기아로서는 일단 2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당장의 부도는 면했다고 해도 추가자금지원 없이 어떻게 버티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이날 한발 물러섰다고 해서 완전히 후퇴한게 아니다.

현 경영진과 노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자금지원을 한푼도 할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장은 "현 경영진이 사표를 제출하고 인원감축및 임금삭감에 대한 노조동의서가 제출되지 않는 한 자금지원을 할수 없음" 을 강조했다.

반면 기아측은 "현 경영진과 노조는 기아를 버티고 있는 양대 축" 이라면서 "채권단의 요구는 기아를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며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결국 기아는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없이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그룹이 앞으로 두달간 막아야 할 자금은 물품대금을 포함해 총 5천억원 정도에 달한다는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현재 기아가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자동차 할인판매 대금으로 받은 2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평소 같으면 수출대금이나 자동차할부금등을 포함해 월 5천5백억원 정도의 현금 수입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출환어음 (D/A) 의 할인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태여서 이같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D/A한도및 상업어음할인.소비자금융재개등을 통한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개월을 견디기 어려울 전망" 이라고 밝혔다.

또 하루하루를 어렵게 넘기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도산위험도 기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 이와함께 기아그룹이 안고 있는 4조원대의 단기 부채는 기아의 앞길을 결정하는 또다른 변수다.

설사 2개월의 유예기간을 잘 넘긴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제2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기아는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채권은행단이 한발 물러선 것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지원 없이는 기아의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아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관심거리는 부도유예기간중 응원군으로 등장한 현대.대우가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 지에 쏠릴 것이다.

또한 돈줄이 계속 막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현상이 과연 기아와 금융기관중 어느쪽에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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