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前한일상공 정철신씨 진로백화점등 반환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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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85년 부도내고 사라졌던 한일상공의 정철신 (鄭鐵臣) 씨. 잊혀졌던 그가 은행담보로 날렸던 부동산을 되찾겠다고 최근 다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문제의 빌딩은 진로그룹이 팔기 위해 내놓은 시가 2천억원대의 서울서초동 아크리스백화점및 사옥부지등 8천10평. 鄭씨는 자신이 야당의 김영삼 (金泳三).김대중 (金大中) 씨측에 정치자금을 대고 있다고 의심한 안전기획부가 한일상공을 특별사찰대상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돈이 돌지 않아 부도났다는 주장을 펴면서 서울은행을 상대로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일상공.유통.토건을 경영하며 재계의 새 인물로 주목받던 鄭씨는 12대 총선이 끝난 그 해 4월말 부도내고 당시 보유하고 있던 이들 부동산을 모두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 (현 서울은행)에 넘겨야 했다.

은행측은 이 땅을 한차례 공매에 부친 뒤 원매자가 없자 87년1월 진로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鄭씨측은 이 과정에서 당시 5공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고, 특히 서울은행이 해당부동산을 헐값에 넘겨 받은 것은 원인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鄭씨를 대신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김효순 (金孝純.당시 한일상공 공동대표) 씨는 "부도난 뒤 85년 10월초 임춘원 (林春元) 전의원이 동아대학교에서 부동산을 인수하려 한다고 주선해 약속장소에 나가 보니 장진호 (張震浩) 회장등 진로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면서 "그러나 진로측이 자산에서 부채를 제하고 40억원만 주겠다고 제안해 거절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86년1월 서울은행이 사전통고나 협의 없이 대출서류에 첨부.보관하고 있던 鄭씨의 당좌수표 1백억원을 교환에 돌려 부도처리하고 鄭씨를 구속시키는 한편 한일상공그룹의 전재산을 공매에 부치겠다고 압력을 가해 왔다는 것. 金씨는 "서울은행이 진로그룹에 특혜를 주기 위해 당시 1천3백억원에 달하는 이들 부동산을 5백50억원으로 값을 깎아 일방적으로 화해조서를 작성한 후 가져갔다" 면서 "이후 단 한차례의 형식적 공매에 부친 뒤 매각대금 5백40억원에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진로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金씨는 "목포출신인 나와 이 진로그룹에 특혜를 주기 위해 당시 1천3백억원에 달하는 이들 부동산을 5백50억원으로 값을 깎아 일방적으로 화해조서를 작성한 후 가져갔다" 면서 "이후 단 한차례의 형식적 공매에 부친 뒤 매각대금 5백40억원에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진로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金씨는 "목포출신인 나와 경남고출신인 鄭씨가 김대중.김영삼씨와 가까울 것이라고 보고 야당으로 흘러들어갈 정치자금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은행을 통해 이런 일을 꾸민 것" 이라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金씨는 이런 주장을 입증할 증인이나 물증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서울은행이나 진로측은 이들의 주장을 "말도 안되는 얘기" 라며 일축하고 있다.

서울은행 김현기 (金鉉基) 이사는 "이들이 주장하는 정치적배경은 처음 듣는 얘기" 라면서 "당시 한일상공은 무리한 부동산투자로 부도냈으며, 채권회수를 위해 적법하게 담보로 잡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한 것" 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아크리스백화점등 서초동 진로타운 일대의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원매자들이 해당부동산이 소송이 걸려 있는 것을 알고는 발을 빼기 일쑤라는 것. 진로의 고위관계자도 "소송 때문에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협의해 아크리스백화점등 소송이 걸려 있는 부동산을 사려는 원매자에게 만약 소송에서 질 경우 해당부동산을 은행이 책임지고 되사주겠다는 '환매보증서' 를 떼줄 방침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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