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에산다]포도주병 탈바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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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포도주가 언제나 갈색이나 녹색병에 고상한 라벨이 붙어있어야 팔리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변신하듯 전통을 중시하는 포도주병도 경쟁자가 많아지면 새롭게 변신해야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 많이 팔리게 된다.

최근들어 프랑스산뿐 아니라 칠레와 남아프리카산, 버지니아산 포도주등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정도로 많은 포도주가 쏟아져 나오자 포도주제조업자들은 자신의 제품을 눈에 띄게 할 갖가지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묵은 술' 을 '새 부대' 에 담아내자는 것이다.

라벤다 플라스틱 병마개나 입술모양으로 불룩한 테두리를 두른 병목, 폭이 2인치밖에 안되는 라벨등 다양한 형태의 포도주병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 제일 압권은 파랑색 포도주병이다.

남아프리카의 로스트 허라이전사는 3년전 포도주병의 금기를 깨고 포도주업계에서 처음으로 푸른 포도주병을 도입해 재미를 봤다.

미국에서 포도주소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푸른색 병이 크게 어필한 것. 이 포도주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5만2천상자나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이렇게 되자 다른 회사에서도 다투어 파랑색병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버지니아산 포도주 샤또 모리세트는 전통적인 갈색병에 담았을 때는 1년에 고작 1천상자가 팔렸었다.

그러나 똑같은 포도주를 '아우어 독 블루' 로 이름을 바꾸고 푸른색 포도주병에 파랑색 개와 개뼈다귀 모양의 라벨을 붙여 다시 내놓자 한해에 무려 6천5백상자가 팔렸다.

하지만 변신은 또 변신을 낳아야 하는 법. 이제는 파랑색 포도주병이 너무 흔해져 눈에 별로 띄지 않게 되자 가늘고 긴 모양이나 반투명유리병등 기발한 포도주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매상들은 보관에 까다롭다며 특이한 포도주병에 불평을 하지만 포도주병의 '변신' 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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