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르는 TV토론회 …"大選승부 가른다" 3黨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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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는 최근 시내 스튜디오에서 실시한 TV토론 모의연습에서 "교통난 해결방안을 얘기해 달라" 는 질문을 받았다.

李후보는 "다른 공과금은 적정선에서 유지하더라도 휘발유값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가 참모들의 지적을 받았다.

소형 승용차나 승합차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등이 반발한다는게 이유였다.

모범답안은 "휘발유값 인상도 필요하지만 매일 차량을 이용해 생업에 종사하는 계층에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하겠다" 는 것. 판결문처럼 결론만으로 채우지 말라는 조언도 곁들여졌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는 사교육비.입시지옥 얘기만 나오면 구조적 문제라며 "입학은 자유, 졸업은 정원제" 를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개혁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학부모유권자들에게 한가하고 공허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대통령후보는 노련한 화술, 세련된 유머로 거의 실수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지계층 확보에 필요한 신선감, 모자람이 주는 인간적 매력을 간과하고 있다" 고 말한다.

아무리 '연습' 이라지만 총재 (대표) 이자 대통령후보를 앞에 두고 참모진들이 이처럼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이제는 어차피 카메라앞에서 유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옥외 군중집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신한국당은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방안까지 추진중이다.

결국 TV화면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심어질 후보의 이미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각 후보들은 '내실에 초대된 손님처럼 짧은 시간에 안방의 한사람에게 얘기하듯 푸근한 대화를 나누라' 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체질화하기 위해 열심이다.

'연설을 길게 늘어놓으면 싫증을 느끼고 무거운 주제로 시청자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도 금물' '한국적 정서상 겸손이라는 특이한 요소' 도 이들이 익히느라 분주한 부분이다.

TV앵커출신인 신한국당 이윤성 (李允盛) 대변인은 "선한 시선으로 시청자를 바라보며 패널들 질문에 공손히 응하는 태도가 필수며, 전문지식의 지나친 과시는 금기 요소" 라고 지적했다.

1백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동원하는등 군중집회 중심의 선거에서 치밀한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에 바탕한 선거공학의 시대로 선거 패러다임이 급변하게 된 것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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