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 'MBC다큐스페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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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53년 7월27일.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이 끝났다.

이날 맺어진 휴전협정은 무얼 남겼나. 2백50㎞ 길이의 휴전선.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수만의 국군 포로들. 24일 밤11시 MBC '다큐 스페셜' 은 한국전쟁 이후 북에 남겨진 국군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돌아오지 않는 포로' 편 (연출 한홍석) . 전쟁 초기 북측은 6만5천의 국군을 포로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51년 휴전회담이 시작되자 포로는 1만2천에 불과하다고 잡아뗐다.

그리고 정작 송환된 국군 포로는 8천3백33명.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의한 국군 실종자는 4만1천9백54명이다.

또 전쟁 당시 미군 장성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5만의 포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 최근 북한의 광산 등지에서 국군 포로들을 만났다고 말하는 탈북자들이 많다.

94년 북한에서 탈출해 온 조창호 (66) 씨는 본인이 국군 포로였다.

많은 국군 포로들은 전쟁 당시 비행장 등 곳곳에 폭탄이 널린 위험지역의 보수 작업에 투입돼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아직도 조국을 생각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간 국군 포로들을 돌려받기 위해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 의도도 국군 포로를 돌려받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 그러나 전체 구성이 그런 의도를 잘 살리지는 못했다.

포로들이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과 이에 대한 증언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해 오히려 '이제 포로들이 거의 남지 않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포로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사람들의 힘을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장면이 많다.

특히 북한군 병사들이 총을 겨누고 국군은 손을 들고 줄줄이 항복하는 모습은 늘 국군이 이기는 모습들만 보아온 우리로서는 당혹스럽기 조차 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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