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해태타이거즈 13 - 5로 OB베어스에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해태 - OB 야구는 운삼기칠 (運三技七) 의 세계. 투수나 타자의 기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승운이 따라야 한다.

최근 6연승을 달리고 있는 선두 해태는 역시 '되는 집안' 이었다.

2 - 2로 팽팽히 맞선 해태의 4회말 공격. 선두 이순철이 외야에 평범한 플라이성 타구를 날렸다.

OB 좌익수 김상호가 타구방향을 놓치는 바람에 2루타를 만들어 주면서 승리의 불씨가 해태쪽으로 옮겨 갔다.

이어 최해식이 깨끗한 좌전적시타를 터뜨려 3 - 2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계속된 1사1, 2루의 찬스에서 대타 최훈재가 우익수옆을 총알같이 빠지는 싹쓸이 2루타로 5 - 3으로 앞서 나갔다.

불붙기 시작한 해태의 기세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세타자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며 1점을 추가한 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이날의 히어로 이순철이 다시 타석에 등장했다.

OB 한태균이 볼카운트 1 - 0에서 몸쪽에 높은 직구를 뿌렸고 이와 동시에 이순철의 방망이도 경쾌하게 돌아갔다.

'딱' 하는 파열음속에 타구는 관중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좌측 펜스쪽으로 쭉 뻗어나가더니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개인통산 4호이자 올시즌 15호째의 만루홈런. 승운을 불렀던 이순철이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10 - 2로 뒤진 OB는 5회초 김민호.정수근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이정훈의 내야땅볼과 김형석의 우전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었으나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OB는 6회초 1사만루에서 대타 박성현의 잘 맞은 타구가 해태 우익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면서 병살플레이를 당하는등 전날에 이어 불운이 계속됐다.

해태 선발 이대진은 5와3분의1이닝 동안 9안타 4실점했지만 타선폭발에 힘입어 시즌 8승째를 올리며 다승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광주 =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