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공무원 利權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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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병원시설자금 융자와 외국인 산업연수생 도입등을 둘러싸고 빚어진 복지부와 통산부 공무원들의 비리는 우리 공직사회의 뇌물관행이 심각한 양태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들 사건은 허가나 단속등 일반적인 공무원의 비리행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데 심각성이 있다.하나는 연간규모가 2천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정부예산 집행과 관련된 것이고,다른 하나는 외국 현지업체와의 검은 돈 거래다.뇌물로 나라살림을 농단하고 국제화(?)되는 공무원들의 담력이 놀라울 뿐이다.

어떻게 정부예산을 집행하면서 규정보다 뇌물을 기준삼고,국제망신도 꺼리지 않는단 말인가.특혜성이 있는 업무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이권화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더 많은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담당 부처 담당자에게 돈을 주는 관(官)-관(官)뇌물의 행태까지 나타났다니 공직윤리의 마비는 갈 데까지 간 듯하다.도대체 뒷돈없이 이뤄지는 일이 주민등록 떼는 일 말고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행정이 이권화되면 그 폐해는 단순히 비용증대와 경쟁력 약화에 머무르지 않는다.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산업연수생 비리가 말해주고 있다.우리는 외국인근로자들의 불법취업으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이는 통산부 관리가 뇌물을 받은 것과 관계가 있다.외국 현지의 업체들은 자신들이 송출을 맡을 수 있도록 국내계약업체를 통해 뇌물을 전달하고,그 비용을 건지기 위해 근로자들로부터 웃돈을 받는다.이렇게 해서 국내로 들어온 근로자들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수입이 많은 업체를 찾아 이탈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니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논쟁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권화된 행정이 이것뿐이겠는가.민선자치이후 부패구조의 지역화도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시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지금 당장 검은 거래의 소지가 있는 사업의 실태를 챙겨보고,비리를 엄단하는 범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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