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처장관이 기업인 접촉 주선 - 김현철씨 인맥 형성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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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현철씨의 수사기록에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비롯,소위'소산(小山)인맥''봉숭아 사단'으로 불렸던 현철씨 인맥과 그 형성과정이 잘 드러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현철씨에게 거액의 활동비를 쾌척했던(?) 기업인들은 현역 장관등 고위공무원 소개로 현철씨와 인연을 맺었는가 하면,

청와대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돈심부름까지 하며 현철씨와 기업인간의 검은 거래를 거들었던 사실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현철씨에게 알선수재혐의가 적용되는 결정적

단서가 된 두양그룹 김덕영회장과 현철씨의

만남은 대통령선거를 몇달 앞둔 92년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한종금 주식소유권을 두고 송사를 벌이고 있던 金회장을 현철씨에게 소개시켜준 사람은 바로 현철씨의 경복고 선배로 당시 총무처장관이던 이문석(李文錫)씨.“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몇몇 동문들이 도와주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李장관 연락을 받고 리베라호텔에 나간 현철씨는 전세봉(全世鳳) 당시 조달청차장과 함께 두양 金회장을 소개받는다.

이 자리에는 박건배(朴健培)해태그룹 회장.신영환 신성그룹 회장.최승진 우성그룹 부회장등 소위'K2(경복고)'출신 기업인들이 합석해 있었다.

이후 현철씨는 고교동문 기업인들과 룸살롱등을 전전하며 정기적 만남을 계속했고 93년4월부터는 매월 6천만원씩의 활동비까지 받기 시작한다.

현철씨에게 10억원을 건네준 대동주택 곽인환사장과의 만남은 더욱 충격적이다.

郭사장을 현철씨에게 소개하고 돈을 받아 직접 전달한 사람이 청와대 총무수석실 강상일(姜祥日)비서관이었기 때문.89년 통일민주당 시절 홍인길(洪仁吉)씨 소개로 당시 김영삼(金泳三)총재 비서진에 합류,현철씨와 인연을 맺은 姜씨가 95년 6월 하순 서울종로구중림동 현철씨 사무실에 郭사장을 대동해 나타난 것이다.

姜비서관은“부산.경남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하고 있고 민주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우며 평소 그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재력이 있는 사람인데 金소장(현철씨) 활동을 지원하고 싶어 활동자금을 가지고 왔다”며 郭사장으로부터 받은 5억원 상당의 수표를 현철씨에게 전달했다.

며칠후 姜비서관은 다시 郭사장이 전달한 현금 5억원을 대형 종이박스에 담아 현철씨 승용차 드렁크에 싣는등 두차례에 걸쳐 돈심부름을 한 것으로 수사기록에 나타나 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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