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강자 총집결한 31기 바둑 왕위전 도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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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하드와 소프트의 조화'. 세계 제일의 광양제철소가 국내 최고의 왕위전 도전기 제2국을 유치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서울의 한국기원에서도 25명이란 대규모 부대가 움직였다.타이틀보유자 이창호9단과 도전자 조훈현9단,입회인 김인9단,공개해설 김수영7단,그리고 지난 1년간 왕위전 본선에서 활약했던 서봉수9단.김수장9단.최규병8단.정대상7단.최명훈5단.목진석3단등 소문난 강자들이 다면기를 통한 팬서비스를 위해 집결했다.전남지역의 터줏대감격인 오규철6단과 신예 김영환4단,여류국수 윤영선초단과 서울대생 남치형초단,그리고 한국여성바둑연맹의 한일랑회장등 5명의 임원도 합류했다.

한국기원 정동식 사무국장이 진행요원들을 이끌고 나타나자 김인9단은“한국기원이 통째로 움직이는 것같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경남진주의 사천비행장에서 내려 전남광양의 광양제철소로 떠났다.

제철소측은 두달전부터 도전기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고 플래카드를 내거는등 이번 왕위전을 지역 문화행사로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고 한다.이곳 광양에서 李9단과 曺9단은 지금까지 두번 대결해 모두 李9단이 이겼다.그바람에 전야제 석상에서 김권식 제철소장등 많은 인사들은'천하명국'을 주문하면서도 은근히 曺9단의 승리를 기원했다.曺9단의 고향이 이곳에서 가까운 영암인 탓도 있을 것이다.

5일(토요일) 오전9시30분 제철소 방송스튜디오에서 李왕위의 黑으로 대국 개시.이곳 광양제철소는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4백50만평의 넓은 땅에 수목이 잘 우거져 있어 마치 공원을 연상케 한다.매출 9조원,순익 1조원.포항제철은 올해 신일본제철을 누르고 세계 1위의 철강업체가 될 것이라 한다.만나는 직원마다 자긍심을 드러내는 것도 이곳 특징의 하나였다.바둑은 曺9단이 유리하게 흘러갔다.그러나 오후5시가 넘어서면서 李왕위의 거센 추격에 曺9단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오후2시 복지센터에서 열린 다면기는 프로축구팀 전남드래곤즈의 허정무감독등 지역인사 1백여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오후4시부터 시작된 공개해설엔 광양은 물론 순천.여천.구례 등지에서 3백여명의 팬들이 운집,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프로와 아마가 어울린 해설회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바둑은 오후8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계가하니 黑은 50집,白은 44집.추격자 李왕위가 기어이 반집을 남겼다.검토실의 모니터를 통해 역전패당한 曺9단의 지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책이 없네.” 이리하여 李왕위는 2대0으로 앞섰다.李왕위와 曺9단은 저녁식사를 미루고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해설장으로 떠났다. 박치문 전문위원

<사진설명>

프로기사들이 공개해설회에 참석,광양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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