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68년 與독재 제동 - 중간선거 개표 집권당 하원 과반수확보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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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6일 실시된 멕시코 중간선거에서 야당세력이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쾌거를 이룩했다.이로써 68년간 지속된 집권 제도혁명당(PRI)의 장기 독재에 결정적인 제동이 걸렸다.

유효투표의 79.2%가 개표된 7일밤(현지시간) 현재 집권 PRI는 38.1%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제1야당인 국가행동당(PAN)이 27.4%,제2야당인 민주혁명당(PRD)이 25.9%를 나타냈다.아직 개표되지 않은 투표수가 상당수에 이르지만 결국 멕시코 사상 처음으로 집권당이 하원내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하원의석 5백석 가운데 3백석을 직선으로,나머지 2백석을 비례대표제로 뽑는 멕시코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으려면 유효투표의 42%를 얻어야 한다.

PRI는 이와함께 정원의 4분의1을 선출한 상원선거나 6개 주지사 선거에서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약세를 드러냈다.

한편 수도인 멕시코시티 시장엔 예상대로 중도 좌파의 콰테목 카르데나스 민주혁명당 총재가 당선됐다.이번 시장선거는 그 자체보다 3년뒤의 대통령 선거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로서의 의미가 커 PRI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우게하고 있다.PRI의 쇠락은 94년말 페소화 폭락이후 시작된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다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의 부패스캔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게다가 남부지역에서는 아직도 게릴라들이 준동중이며 집권당은 개혁파와 수구파로 나뉘어 집안싸움에 골몰,유권자들의 외면을 사게 됐다.물론 이번 선거결과는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추진해온 정치개혁에 힘입은 바도 크다.

그는 68년만에 멕시코시티 시장을 민선으로 뽑게 만들었으며 민주주의 파수꾼격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을 확립케 했다.그러나 이같은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번 선거가 멕시코로 하여금'민주화의 길'에 접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그러나 앞으로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야가 정쟁만 일삼을 경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만 부추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사태가 이렇게 흐르면 멕시코의 정치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추측키 어렵다.멕시코가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만큼 사회.경제적으로 성숙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지난 95년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진국 수준인 7천7백달러로 집계됐으나 빈부격차가 극심해 아직은 사회구조가 불안한 형편이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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