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문화유산> 순천 선암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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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는 아름답다.전각의 배치와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깊고 다양한 공간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각종 식물의 멋과 향기가 은근하고도 소박해 경내 분위기가 자못 경건하면서도 친근감있다.

계류에서 올라오는 찬 공기에 짙은 녹음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아침 일찍 승선교를 사뿐히 즈려밟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면 은근한 향 내음이 가슴 속을 상쾌하게 정화시켜준다.그 향내를 맡으며 이리저리 산책하는 맛.그리곤 건물이 아름답고 제 용도에 충실한 것으로 이름난 경내 화장실마저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나가게 마련이지만,선암사의 진면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곧장 펼쳐지는 너른 차밭 너머로는 선암사를 여러번 다녔다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고려시대 팔각 원당형 부도 3기가 있다.각각 무우전.선조암터.대각암 부도라 불리는 석물로,돌보는 이가 없어서 그렇지 형태나 조각등의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무우전 부도는 경내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자리한 무우전 뒤쪽으로 약 2백 지점에 있는데,3기의 부도중 가장 규모가 크다.이름을 무우전 부도라 했지만 무우전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며,또한 누구의 부도인지도 모른다.선조암터 부도는 차밭을 가로질러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북쪽 산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대각암은 해천당 왼쪽으로 난 조계산 등산로를 따라 5백 정도 올라간 곳에 있는데,선암사 못지않게 소박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암자다.대각국사 의천이 머무른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뒤뜰에 있는 부도 역시 대각국사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각암으로 오르는 길의 마애불까지 눈여겨 본다면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절이다.

◇가는 길=선암사를 찾아가는 길은 무척 간단하다.호남고속도로 승주인터체인지에서 승주읍으로 나와 857번 지방도로를 따라 벌교로 방향을 잡아 가다 다시 죽학리에서 선암사로 난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곳곳에 선암사를 알리는 표지가 있다. 글=김효형 〈문화유산답사회총무〉 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순천 선암사 대각암 부도는 소박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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