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發協, 反이회창 균열에 위기감 이수성 카드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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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정치발전협의회 소속 민주계 핵심들이 '이수성(李壽成)카드'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 오후부터였다. 정발협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반(反)이회창(李會昌) 6인 주자들의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정발협은 6인 주자들이 단일후보를 냈을때 경선 1차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이회창후보에게 낙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정발협의 서석재(徐錫宰)공동의장과 서청원(徐淸源)간사장은 6인 주자들을 두루 만나 가며“힘을 합쳐라.확실하게 도와주겠다”며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그런데 3일 오후 이 구도가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를 지지하는 정발협의 한 핵심인사가 5일 경기도 합동연설회 이후 정발협 회원 60~70명이 이인제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을 일부 언론에 흘렸다.그는 정발협 핵심 20~30명이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것을 李후보 지지결의 대회인 것처럼 과장했다.

이 바람에 소란이 일었다.정발협에서 그래도 다수의 지지세를 확보중인 이수성후보측이 강력 반발했고,박찬종(朴燦鍾).김덕룡(金德龍).이한동(李漢東)후보측도 펄쩍 뛰었다.최병렬후보까지 포함한 6인 주자들의 균열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정발협 핵심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시간은 없는데 6인 연대의 성사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게다가 이한동.박찬종.김덕룡후보의'3인 연대'도 朴후보의 불만제기로 비틀거리는 양상이 나타났다.정발협 핵심들은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일단 1차투표에서 적어도 2위는 할 수 있는 후보를 밀고 나서 기타 주자들과의 연대도 모색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런 때 마침 서청원 정발협 간사장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다.4일이었다.徐간사장은 물론 면담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徐간사장은 “이수성이나 이인제를 밀어도 좋으냐”며 대통령의 의사를 타진했던 것 같다.엄정중립을 강조한 金대통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측은 말한다.

청와대에서 나온 徐간사장은 徐의장등 정발협 핵심들과 진로를 숙의했다.

그 결론은 일단 이수성.이인제후보중 한 사람을 지지하되 5일 첫 합동유세를 보고나서 의견을 모으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徐의장.徐간사장을 비롯한 정발협 간부 12인은 유세 후 서울의 한 호텔에 모였다.오후7시부터 오후11시15분까지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는 지지후보 선정과 관련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들의 목소리는 끝까지 한 갈래로 모아지지 않았다.그래서 일단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그 결과 이수성후보측이 이겼다.6명이 李후보를 지지했다.

이인제후보 지지인사는 3명이었다.박찬종.김덕룡.이한동후보 지지자도 한명씩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발협 핵심들의 이수성후보 지지 발표는 7일 徐의장이 맡기로 했다.그런데 사단(事端)이 벌어졌다.본지가 이 사실을 곧바로 취재해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6일 정발협과 다른 주자 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이인제.김덕룡.박찬종후보측은“밀실에서 그럴 수가 있느냐”고 정발협에 대들었다.모후보측은 徐의장에게 전화를 걸어“이수성을 지지한다면 우리는 이회창을 돕겠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정발협내에서도 비(非)이수성파들의 반발이 일었다.이들은 徐의장이 이수성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다는 설을 추궁하며 마구 흔들어댔다.이에 대해 이수성 지지파들은“결정은 났다.재론불가”라고 맞섰다. 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신한국당 경선주자 첫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한 후보가 지지자들의 무동을 타고 밖으로 나가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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