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5.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박완배씨 '몽촌농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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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땅은 개발을 해야지,돈욕심에 팔아버리면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경기도양평군서종면도장리에서 '몽촌농원'을 운영하는 박완배(朴完培.52)씨는 물려받은 땅을 팔지 않고 개발함으로써 귀향(歸鄕)형 전원투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과 직장(대우.크라운제과)생활을 하던 朴씨가 웃대로부터 고향땅 3천평을 상속받은 것은 지난 79년.교통사정이 나쁜데다 개발열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 땅의 효용가치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부동산값이 크게 올라가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땅을 팔라는 중개업소및 외지인들의 유혹이 엄청나게 밀려들었다.

빠듯한 월급으로 자녀들의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었음에도'땅이 곧 생명'이라고 믿고 유혹을 뿌리쳤다.

93년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고 귀향을 서둘렀다.변변찮은 월급도 그랬지만 늙을수록 전원에 대한 그리움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朴씨가 가장 먼저 생각한 일은 아담한 농원을 하나 만드는 것.퇴직금.융자금 8천만원을 들여 낡은 집(25평)을 고치고 32평짜리 주택을 신축해 식당으로 꾸몄다.

고정수입을 걱정해 산채비빔밥과 찌개를 팔기 시작했다.당시만 해도 행락인파가 적었고 알려지지도 않아 수입이 좋을리 없었다.그렇게 2년을 끌었다.식당에만 매달릴바에야 고향에 내려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바꿔먹은 朴씨는 테마가 있는 농원을 꾸미기로 마음먹었다.돈도 궁했지만 노는 땅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96년 농지 3백평을 잡종지로 바꿔 기러기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오리나 닭고기보다 비싸기 때문에 고수익 축산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5백만원을 들여 축사를 만들고 병아리 기러기 3백마리를 사들였다.지금은 어미가 2백마리,새끼가 6백마리에 이르렀다.분양하면 새끼 한마리에 1만원,어미는 4만원을 받을 수 있어 재산으로 따지면 1천4백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백숙이나 전골로 파는 기러기요리가 훨씬 수입이 좋았다.이 때문에 94년 월평균 4백만원에 불과하던 식당매출이 올해는 1천5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이 가운데 최소 3백만원이 순이익이다.단체손님들에게 민박용으로 빌려주고 있는 방 9개에서 나오는 수입도 만만찮다.

그러나 투자초기이기 때문에 바라는 만큼 고소득을 올리지 못한단다.때문에 아직 융자금도 제대로 못갚았지만 널찍한 땅은 얼마든지 개발가능성이 있다.

대지와 붙어있는 농지 2천5백여평에는 각종 잡곡을 심었기 때문에 올가을부터는 농산물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 당시 평당 수천원에 불과하던 땅값이 지금은 대지가 평당 50만원,잡종지가 30만원으로 올라 모두 5억6천만원의 부동산재산을 가지게 됐다.

이같은 땅이 朴씨를 든든하게 하지만 노년에 전원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것도 朴씨가 찾은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황성근 기자

<사진설명>

귀향형 전원투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朴완배씨가 부인과 함께 양평에 마련한 자신의 농원에서 기러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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