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여성대통령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 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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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공석중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에 메리 로빈슨(53.사진) 아일랜드 대통령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로빈슨 대통령은 지난 90년 가톨릭 국가로 보수적 색채가 강한 아일랜드에서 첫 여성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대통령 취임후 소말리아와 르완다 내전의 난민구호활동에 적극 나서는등 인권관련 국제활동을 활발히 펼쳐 지난 93년 국제인권상을 여럿 수상했으며 지난해 유엔사무총장 선출과정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인 트리니티대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 법대에 유학했으며 25세때 트리니티대 법학교수가 된 직후 최연소 상원의원에 피선되는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당선때까지 20여년간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피임.이혼.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등 가톨릭 국가에선 매우 진보적인 여성운동을 펴왔다.

내각책임제인 아일랜드에서 실권은 없는 대통령이지만 동성연애자와 실업자들을 관저로 초청해 함께 사진을 찍는등 파격적 행동으로 사회분위기 일신을 주도해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 93%에 이르는 지지를 받는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연말까지여서 당장 고등판무관 업무를 시작하기는 어려우나 유엔측은 가급적 오는 9월 유엔총회 이전에 취임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한편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자리는 초대 호세 아얄라 라소 고등판무관이 지난 3월 에콰도르 외무장관으로 복귀한 이래 공석중이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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