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외무장관 사임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본총리와 외무장관이 페루 인질사건의 대미(大尾)를'정치 쇼'로 장식했다.

제목은'일본외무장관 사임'이고 감독에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주연배우는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사진)일본 외무장관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12일 오후6시 이케다 외무장관이 페루대사관저 인질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신에게 사임의사를 표명했다고 기자들에게 흘렸다.당장 매스컴들은 불이 났다.통신은 급전(急電)을 띄우고 TV는 긴급 자막뉴스를 내보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5시에는 일본정부의 페루대사관저 인질사건 보고서가 발표됐다.결론은 대사관저의 경비가 너무 허술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됐고,이케다 장관도 어느정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하루전인 11일 그는 페루 인질사건을 이유로 자신의 손으로 하야시 사다유키(林貞行)외무성사무차관등 관련 외무성 간부들에 대해 엄중훈계등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다.그러나 20일 덴버 선진7개국 정상회담(G7)을 코앞에 두고 그가 사임의사까지 표명할 것으로 내다본 매스컴들은 없었다.

불과 10분뒤에 이케다 장관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그는“총리가 간곡히 만류하고,국제외교의 신뢰성을 생각해서…”라며 사임의사 철회를 밝혔다.사퇴파동을 지켜본 일본 매스컴들은“외교의 신뢰가 중요하다면 자신이 그렇게 쉽게 사임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어야 했고,또 표명했더라도 10분만에 주워담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페루인질사건의 마지막 통과의례 치고는 수순이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이는 3류극이라는 것이'중론'들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