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 해산할 때 구체적 매뉴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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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가 21일 오후 경찰병원을 방문해 부상한 경찰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은 21일 홈페이지에 ‘용산 철거민 상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안내 팝업(pop-up) 창을 띄웠다.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했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다. 경찰은 “추락사고에 대비한 매트리스, 인화물질에 대비한 화학 소방차, 인명 피해에 대비한 구급차를 완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압 현장에서는 안전 장비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안전 조치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적 매뉴얼 없어=집회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일선 경찰관은 “불법집회를 해산할 때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는 집시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불법 집회가 발생할 경우 경찰은 ‘종결선언 요청→자진해산 요청→해산명령 및 직접 해산’의 절차를 밟는다. 집시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용산 사건 때도 경찰은 진압 전 경고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따로 없다. 경찰 관계자는 “지휘자가 평소 훈련 상황과 시위 현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시하도록 돼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화재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있으면 불연 소재로 된 매트리스를 동원하고, 인화물질이 있을 경우 물대포 사용을 자제하고 분말 소화기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특공대 활용도 구체적으로=경찰특공대 운영규칙 제6조에는 ‘인질·총기·폭발물 및 시설 불법점거·난동 등 중요범죄 예방 및 진압이 특공대의 임무’라고 명시돼 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에 출석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2006년 대추리 농성, 2007년 뉴코아 농성, 지난해 기륭전자 농성 등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농성자들이 시설 점거에 들어갈 경우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테러 임무를 하는 특수 부대’라는 경찰특공대의 이미지가 일반인 시위 진압에 맞지 않아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찰특공대의 운영 규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인식·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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