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눈동자.목소리로 식별 첨단 신원확인장치 실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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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금카드 없이도 손금만 보이고 돈을 찾아 쓰십시오.' 미국계 시티은행이 조만간 선보일 최첨단 현금인출시스템의 선전문구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대신 손금.눈동자.목소리,심지어 얼굴형태로 신분을 확인하는 장치가 실용화되고 있다.

'생체측정학'으로 불리는 이 첨단분야는 개인의 신체상 특징을 디지털화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신분확인용으로 활용하는 것.즉 손금의 형태,목소리의 성문(聲紋),얼굴의 골격등을 스캐너나 마이크등으로 읽은뒤 이를 컴퓨터로 분석.저장했다가 신원확인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과거 첩보영화에서나 등장했던 기법이 컴퓨터 인식기술과 처리속도가 급격히 향상되면서 각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은행의 경우 손을 갖다대면 즉시 신분이 확인돼 마음대로 돈을 꺼낼 수 있는 현금인출기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사진).미국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서도 이미 연회원에 가입한 입장객들을 손금으로 가리고 있다.이밖에 일리노이주 당국은 연금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연금수혜자들의 눈동자 무늬를 이용한다.

서류를 위조,연금을 이중삼중으로 타먹은 사기범죄를 막기 위해 사람마다 틀릴 수밖에 없는 눈동자 무늬를 이용하는 것이다.

생체측정학을 이용한 이같은 신분확인은 전자식 카드등 기존의 방법보다 분실 또는 도난당하거나 놓고다닐 우려가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또한 쉽게 위조하기도 어렵다.

반면 이같은 방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지문.성문등을 이용한 신분확인 기법이 일반화될 경우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됨으로써 사생활 침범의 우려가 높아지게 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역시 편한 것을 선호해 이같은 첨단 신분확인기법을 이용하는 기관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1만2천여개에 달하는등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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