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거리의 청소년들 위한 안전망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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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학교 문을 뛰쳐나와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학습 부진, 왕따 등 갖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지난해 초 7만여 명에 달했다. 특히 최근엔 경제난이 깊어지며 부모의 이혼이나 실직, 폭행 등 가정적 위기 때문에 가출하는 아이들이 급증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다 학교 가기를 아예 접기 일쑤다. 정부는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이 3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아이들은 거리로 나서는 순간 온갖 탈선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시급히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위기의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청소년 쉼터 77곳이 일시적 숙식을 제공할 뿐이다. 하지만 쉼터는 교육 복귀를 돕지는 못한다. 최소한 고교 교육까진 마쳐야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자립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학업 중단 청소년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통합 지원체계(CYS-Net)’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본인이나 주위에서 요청하면 상담·교육 및 의료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다. 장기간 무단 결석을 했거나 가출했던 청소년 중 상당수가 이 제도의 도움을 받아 가정과 학교로 복귀했다. 관련 예산을 늘리고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업무 연계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학교를 이미 그만둔 청소년은 복지부가, 학업 중단 위험에 처한 청소년은 교과부가 맡는 식으로 이원화돼 있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안 교육기관을 더 많이 확보하고 검정고시 지원도 활성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를 돌이켜보며 거리의 청소년들이 올해와 내년 중 폭증할 것이라고 점친다. 이 아이들을 방치할 경우 장차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