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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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이수영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68쪽, 8500원

발레리나 출신의 여성이 게임회사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초기 자본금 4억원의 회사는 연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는 500억원대 재산가가 됐고,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중 가장 부자다. 그리고 전신마비 장애인 뉴욕지검 검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수영(39) 웹젠 전 사장. 매스컴이 주목한 그의 주요 이력이다. 일과 사랑을 양 손에 쥔 벤처 업계 신데렐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간『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다.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똑똑한 편은 못 되었으나 샘이 많은 아이’였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했고,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던 억척 소녀의 욕심이 사업가 이수영의 밑바탕이었음이 분명하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한 달에 천만원씩 벌면 좋겠다.” 방송리포터로, 게임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로, 금융사의 컨설턴트로, 새로운 경험에 부딪히면서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는 꿈을 차근차근 실현했다.

웹젠 대표를 사임한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에는 웹젠 전 사장이라는 말머리가 따라다닌다. 이수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웹젠의 창업과 성장 과정은 신간에서도 가장 흥미롭다. 투자자를 모으는 첫 단계부터, 모두 불가능하다는 짧은 시간에 게임을 유료화하고, 전국의 PC방을 찾아다니며 게임 총판을 모집하고, 해외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성공의 과정을 읽는 것은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만큼이나 속도감 있다. 또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웹젠과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나는 열심히 팔 테니 너희들은 우리 물건을 많이 사라’는 뜻으로 e-메일 주소를 사라(sara) 라고 지었더니 자연스럽게 영어 이름이 사라가 됐다거나, 투자 유치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나는 가난하고 저들은 넉넉하니까’ 당당하게 투자자들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다는 등의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배짱과 자신감, 사업 수완이 묻어난다.

TV에서 보고 반한 장애인 검사와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하며 은근슬쩍 예비 신랑 자랑을 늘어놓는 그에게서 성취감 넘치는 사업가가 아닌 행복한 여자 이수영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투자와 창업에 대한 충고도 빠지지 않는다. 좋은 발상에는 반드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투자 자금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인맥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지침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특히 부록으로 웹젠의 사업계획서와 리스크 분석 자료를 실어 발레리나에서 유능한 사업가로 롤플레잉 게임에서 승리한 그의 성공 전략을 볼 수 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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