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돈 유용혐의 박승규씨 횡령죄 적용 놓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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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문화재단 박승규(朴承圭)이사장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돈심부름을 하면서 일부를 자신이 써버렸다고 진술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은'처벌가(處罰可)'와'처불불가(處罰不可)'로 엇갈린다.

朴이사장이 돈을 떼먹었다면 1차로 검토될 수 있는게 형법상의 횡령죄 성립 여부.하지만 鄭총회장이'뇌물'이라는 불법 용도로 사용하라는 것을 불법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이런 경우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횡령죄 적용이 어렵다는 법조인들은“반사회적인 행위를 담보로 돈을 맡기는 행위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횡령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첩에게 땅을 주겠다며 저당권을 설정했다 첩몰래 땅을 팔아버린 남편에 대한 배임사건에서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80년대의 판례에 비춰 유추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남편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지만 우리 법상 첩제도가 금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첩제도를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는 계약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결과적으로 남의 재물을 떼먹는 것은 어떤 경우든 불법 행위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서울지법 한 판사는“해석상 양설이 있는 경우라도 검찰이 기소할 수는 있다”면서“처벌 여부는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이 朴이사장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는 점에서 제3자 뇌물제공 혐의가 검토될 수도 있다.그러나 이 돈의 성격이 뇌물로 규정될 때만 적용 가능하다.한편 朴이사장은 본지 취재팀이 계속 접촉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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