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발 다가서는 4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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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관한 공식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설명회 당시와 같은 수준의 고위급 후속협의를 하자고 4일 제의했다.설명회 이후 실무접촉을 통해 단계별로 식량지원이 선행돼야 4자회담을 수락할 수 있다던 북한으로서는 주목할

만한 태도변화다.

북한은 설명회가 있고 나서 지난 한달동안 4자회담 참가를 구실로 식량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 왔다.처음엔 한꺼번에 1백만이 넘는 식량제공 가능성을 타진하다가 여의치 않자 단계를 세분해 이득을 취하려는 특유의 협상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설명회 후속회의.예비회담.본회담 등으로 나눠 그때마다 얼마씩 지원하라는 등의 탐색이다.

따라서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협의를 갖자는 북한의 제의로 4자회담 전망은 상당히 고무적이다.특히 이러한 제의를 하는 자리에서 지난 31일 있었던 정부의 민간차원 대북식량지원확대조치에 사의를 표하고,국제기구의 지원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요청함으로써 북한이 전에 없이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러한 태도 등은 준고위급 후속협의에서 북한이 결국 4자회담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더이상 벼랑끝전술이나 단계별로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살라미전략을 쓸 수도 없을 만큼 다급한 식량사정이 북한의 태도를 바꾸도록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4자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정착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지만 북한 식량문제를 논의하고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계기와 바탕이 마련된다는 데서도 중요하다.지금 북한의 식량사정은 무슨 조건을 내놓고 흥정하며 시간을 끌 수 없을 만큼 다급하

다.따라서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4자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식량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 현재 남한에는 북한동포의 어려움을 돕자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북한은 이러한 따뜻한 동포애가 얼어붙지 않도록 남한에 대해 자극적이거나 도발적인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그런 과정을 통해 신뢰와 화해가 자리잡고 4자회담의 참목적도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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