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한파, 크리스마스도 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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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크리스마스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시카고의 소매업체 조사 전문기관인 쇼퍼트랙RTC는 24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인 19~21일 미국 내 쇼핑객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고, 소매점 매출은 5.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쇼퍼트랙RTC는 미국 내 5만 개 이상의 쇼핑센터와 몰에 입장하는 손님들을 표본으로 삼아 조사한다.

메이시·삭스 등 대형 소매업체들이 최고 70%에 이르는 파격적인 세일 행사로 손님을 끌었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바람에 미국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 데 큰 돈을 쓰지 않았다”고 쇼퍼트랙RTC는 분석했다.

국제쇼핑센터협의회는 올 11~12월 회원사의 매출이 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추산(1% 감소)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추수감사절에서 연말에 이르는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4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산타 랠리’가 사라진 탓에 올해 낙폭을 줄이지 못했다. 미국 뉴욕 증시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올 들어 24일까지 40.9% 하락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S&P파이낸셜 지수가 연초 이후 60% 가까이 하락하는 등 금융주의 타격이 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많은 투자자가 1년 이상 지속돼 온 침체가 내년에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본다”며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 더 많은 고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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