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홍수에 몸살 뒤늦게 규제 - EU, 매년 200만명씩 늘어 사회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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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연합(EU)이 삶의 풍요와 정치적 자유를 찾아 밀려드는 외국인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이민규제대책을 잇따라 모색하고 있다.

EU 각국이 그동안 펴왔던 관용정책을 포기함으로써 내전이나 굶주림을 피해 몰려오던 동유럽과 아프리카국 이주민들은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서유럽으로의 이민행렬은 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알제리

등 아프리카에서는 프랑스로,터키와 동구권에서는 독일로,인도와 파키스탄및 중동국가에서는 영국으로 대규모 이민물결이 이어졌다.

현재 EU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천만명으로 매년 2백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중 3백만명은 불법체류자로서 연간 50만명이 밀입국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민급증은 우선 회교권을 중심으로 한 종교와 문화등 이질성에 따른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또 90년대 들어 서유럽 전체에 경제침체가 불어닥치면서 자국민의 실업증가로 인해 경제적 갈등도 빚어내고 있다.

유럽인들은 특히 백인 기독교인이 줄고 있는데 우려하고 있다.39년까지 전세계 인구 3명중 1명이었던 유럽인은 세계인구가 85억명이 되는 2025년에는 7명중 1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EU는 전망하고 있다.이에 따라 프랑스.독일.영국

을 주축으로 강도높은 이민규제 대책을 속속 만들어 외국인을 원천봉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U 15개 회원국은 또 국가별 정책과 함께 EU차원에서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역내(域內)국민들의 자유이동을 보장한 셴겐조약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명분아래 비유럽인에 대한 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독일.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7개국이 95년부터 시행한 이 조약은 지난해말 덴마크.스웨덴.핀란드가 가세해 국가간 국경이 철폐된 대신 외국인의 역내 출입은 더욱 엄격해지게 됐다.

EU는 최근의 이민경향이 빈곤이라는 경제적 동기가 대부분이라고 판단,지난해말 이민방출국인 동유럽과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에 대해 경제개발 지원금으로 3백10억프랑(4조9천억원)의 무상지원과 같은 액수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그러나

EU는 이민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EU의 가구당 평균 출생률은 1.45명으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7백만~8백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유럽의회는 지적하고 있다.

결국 유럽은'유럽인만의 유럽'을 외치지만 자신들의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을 위해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중적 상황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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