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쿼터>한국형 농구 제자리 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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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로농구 원년의 전기리그가 끝난 시점에서'반면교사(反面敎師)'를 지목하라면 단연 외국인 용병을 들어야 한다.

미국인 용병들은 물론 프로원년의 관중동원에 크게 기여한 공이 있다.이들의 뛰어난 개인기,공격위주 플레이등은 미국 본토농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그러나 해악도 그에 못지 않았다.

우선 5명의 플레이어중 2명의 용병들이 50~80% 가까이 공을 독점함으로써 국내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이들의 활약여하에 따라 팀성적이 좌우됐다.이들을 국내선수들과 잘 조화시켜 활용을 잘한 경우는 기아나 나래등 상위그룹이다.

이제 용병들의 장단점을 파악했으니 플레이오프에서는 토종선수들이 제자리를 잡도록 분발해야 한다.용병들을 더이상 스타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한국농구는 그나름의 역사속에 장신 외국선수들을 다루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매년 대만에서 열리는 존스컵대회에 가보면 미국팀은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팀으로 한국을 들고 있다.지난해만 해도 미국을 대표해 출전한 빅텐선발팀을 한국실업선발팀이 대파했다.87년에도 농구의 명문 밴더빌트대를 1점차로 잡았다.

이같은 한국농구발전의 역사적 배경을 거슬러 가보면 세번의 중요한 계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첫째,50~60년대 존 번이나 낫 홀맨등 미국인코치가 한국대학선발.청소년대표등을 직접 지도해 농구의 확고한 기초기술과 이론의 바탕을 세운 것.

둘째는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빅토리농구팀.선교를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들의 개인기량과 경기수준은 한국을 앞질렀으며 당시 우리선수들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마지막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이다.7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징병제의

영향으로 미국 NCAA의 정상급선수들이 대거 입대함으로써 해마다 겨울철이면 이들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한국팀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바탕과 경험을 통해 속공.돌파력.지연작전.프레싱등 단신이 장신을 요리하는 기술개발이 필연적으로 이뤄졌다.

이제 한국농구는 자신감을 되찾아야 할 때다.오는 5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대회,9월의 ABC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등에서 숙원인 정상을 되찾아야 프로농구도 살아날 수 있다. 방열〈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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