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영남발전특위'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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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전국정당화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당내에 ‘영남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권 공략 작업에 착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뒤 영남 출신인 한 핵심 측근과 만난 자리에서 특위 구성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여권의 한 관계자가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盧대통령의 영남 출신 측근들은 지난 23일 부산에서 모여 특위 구성 시기·활동 방향 등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盧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영남에 뿌리를 내려야 여당의 전국정당화가 가능하고, 지역주의의 벽도 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런 뜻을 잘 아는 영남 출신 측근들이 영남을 본격 공략하는 방안에 착수한 것으로, 앞으로 盧대통령이나 당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盧대통령은 1999년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여당이던 국민회의 안에 ‘동남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영남에 다가가는 동진(東進)정책을 구사했다”면서 “이번 영남발전특위 구상은 당시의 정책을 다시 한번 펴겠다는 취지로 ‘신(新)동진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엔 영남의 반(反)DJ 정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동남발전특위 활동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엔 지난 17대 총선 결과에서 보듯 지역주의가 다소 완화하는 양상이므로 좋은 결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 “신동진정책이 성공할 경우 여권은 ‘20∼30년 집권계획’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동남발전특위는 부산·경남·울산 등 주로 PK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기구였다. 여기엔 盧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 조경태(부산 사하을)당선자, 정윤재·최인호·노재철씨 등이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특위는 그때 삼성자동차 공장을 부산으로 유치하는 데 기여했으며, 일부 정책 사업에 대해선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에 구성될 영남발전특위에서도 당시의 동남발전특위 멤버들이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대구·경북(TK) 출신으로 盧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강철씨가 가세할 것이라고 한다. 특위 위원장으론 지난 4·15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해 선전했으나 낙선한 김정길·이철 전 의원 등 중량급 인사가 거론된다.

17대 총선 후 한때 청와대 입성이 점쳐졌던 설동일·장상훈·정윤재·최인호·송인배 등 ‘부산 5인방’이 청와대로 가지 않고 남은 것도 6·5 자치단체 재·보선 직후부터 가동될 영남특위의 조기 착근을 위해서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따라서 향후 특위 활동은 상당히 위력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영남특위가 가동될 경우 정치권에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盧대통령이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기용하겠다고 할 때부터 여당의 영남 공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盧대통령은 지금 여당의 영구 집권 계획을 만들기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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