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보고세로읽기>요즘 세상의 몽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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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꽃이 왜 아름다운지 아세요.한결같은 마음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래요.푸른 바다처럼 젖어오는 이 말 참 좋죠.그러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게 뭐가 또 있나요.해와 달과 숲,아,충치같은 인간들만 빼버리죠.그래요.제2의 한보비리가 안생기게 국민

등쳐먹고 권력남용한 정치가,악덕 기업주,환경망치는 족속들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조선시대 곤장제도를 부활시켜 히프 1백대쯤 때려주는 걸 중계방송하면 정신을 차릴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통치자와 국민 사이에 한결같은 마음이 있으려면 존경과 신뢰감이 바탕이다.이것이 어그러질 때 분열과 불신의 사회,심각한 자연파괴의 현실까지 파급된다는 생각이다.타르코프스키의 영화'향수'를 보면'우리시대의 불행은 위대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대사가 있다.위대하다는 의미는 먼저 사리사욕을 떠남이다.아무리 배운 것 없고 가난해도 겸손하고 의롭게 사람냄새 나는 사람,그것이 진실로 위대함이 아닌가.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분명 부와 권력과 안락이 아니다.돈은 부족한대로 삶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만든다.문득 장 그르니에의'섬'을 펼쳐본다.언젠가 줄쳐놓은 글귀가 봄바람을 몰아오는 것같다.“혼자서,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번씩이나 해보았었다.그리하여 겸허하게,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겸허하고 남루하게란 말은 왜 그렇게 향기로운가.요즘처럼 망조들린 과소비시대에 그리운 금언이기 때문이리라.'간소한 삶'과 정신적 가치가 더 강조되는 운동이라도

펼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 위해 우선 파괴되는 자연환경부터 회복해야 한다.자연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사람다울 수 있다.그래서 개발논리가 앞선 무식한 환경정책을 보면 울고 싶다.휴가철 반짝경기를 위한 위락시설,골프장건설등 개발

의 물결로 8백리 산자락을 갈아엎고 곧 유원지로 전락할 지리산을 생각해보라.온 국민이 나서서 막아야 하지 않을까.어떤 친구는 자기 남편이 골프치면 머리털을 죄다 뽑아놓겠다는 말을 했다.그만큼 극소수의 골프놀이로 인한 환경파괴는 막대하다.

21세기는 물전쟁.식량전쟁으로 종말감이 느껴진다.습습한 논이 투기성 환금작물밭이나 개발지역으로 바뀌면서 비도 잘 안내린다고 한다.우리는 생명파괴의 문명만 개탄할게 아니라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하리라.여기에 생수처럼 귀한 책들이

있다.'녹색평론'과 '오래된 미래''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등을 보면 해결책이 나온다.이걸 대통령.환경장관등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읽고 현 생태파괴의 성장논리를 바꿔 근본적인 해결책을 단계적으로 펼쳐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많은 심경을 대변해주듯 제리 율스먼(1934년 미국 디트로이트 태생)의 사진이 전율스럽게 타오른다.그 스스로'다중인화기법'이라 한 몽타주 기법으로 상상력의 위력과 신비함을 실감나게 표출한다.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가 불타는 책

상으로,폭력 앞에 무방비상태인 자연이 배경으로 다가온다.인간은 사라지고 불타는 외로움의 자리만 남는게 삶이런가.왠지 씁쓸해진다.나도 참 열광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 때의 감명을 받는다.초현실주의의 막강한 예술적 힘이 시대를 초월함에 대해선 지면상 다음 기회로 돌린다.

<사진설명>

제리 율스먼의 1989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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