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비만 치료도 건보 적용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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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비만 치료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관심을 끈다.

대한비만학회가 지난달 21일 주최한 ‘비만 급여화에 대한 토론회’에서 보건복지가족부 보험급여과 정재혁 사무관은 “올 국정감사에서 비만에 대한 급여화 논의가 있었고, 이미 7곳의 지방 공청회를 거쳐 현재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비만의 보험급여가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예고했다.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비만은 여전히 개인의 생활습관 또는 미용의 문제로 인식해 왔던 것이 사실.

의료계는 비만 치료의 건강보험료 급여화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비만학회 최웅환 회장(한양대의대 교수)은 “비만으로 야기된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 등 의료비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원인 질환인 비만에 대한 정부의 대책 수립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비만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가정의학)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비만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손실은 2005년 기준 직접비용 1조770억원(의료비 등), 간접비용 7152억원(생산성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이는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발생한 비용만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국민이 비만 치료를 위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문은숙 사무차장은 “비만이 만성 질환의 특성을 갖고 있는 데다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개인이나 가정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단계에 와 있다”며 “비만의 급여화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급여화까지엔 논의돼야 할 많은 쟁점들이 있다.

첫째는 비만의 급여 대상 기준이다. 이를 BMI(체질량지수)로 정할 경우 오류가 있을 수 있다. BMI는 키와 체중과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것으로 질환 가능성보다는 미용적인 면을 측정하는 잣대의 성격이 짙다. 최 회장은 “뚱뚱하면서도 건강하거나, 대사증후군으로 가는 마른 비만은 간과되기 쉬울 수 있어 급여의 기준은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급여 대상의 범위. 보건복지가족부는 우선 고도비만 환자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치료 중심으로 보험급여가 지불될 경우 예방적 측면이 소홀해지고, 개인이 생활습관을 개선하기보다 치료에 의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셋째는 재원. 문 사무차장은 “미국의 식생활 패턴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으로 국가가 지불하는 의료비가 5%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정확한 직·간접비를 조사해 급여의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만퇴치가 정부의 치료비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비만은 어린이·청소년·성인·노인의 특성이 다르고, 노출된 환경도 천차만별”이라며 “비만 예방을 위한 교육에서 치료까지 총체적인 사회운동을 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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