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관련 대만환경보호聯 창립자 스신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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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는 핵위협에 처한 온 인류의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대만으로 원정시위에 나선 한국 환경단체들과 연대,28일부터 본격적인 핵폐기물 수출 반대투쟁을 시작한 대만환경보호연맹(TEPU)의 창립자 스신민(施信民) 대만대 교수의 말에선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대만 핵쓰레기는 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설비.기술면에서도 신뢰할 수 없고 또 대만이나 한국에 비해 인권 중시도가 훨씬 떨어지는 북한에 위험천만한 핵폐기물을 맡기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입니다.” 이번 사태를 한국.대만간 정부차원의 불화가 빚은 정치게임 정도로 파악하려는 대만인들로부터 .반역자'.배반자'라는 심한 욕까지 먹으면서도 施교수는 한국 환경단체들과합동으로 단식농성까지 계획하고 있다. 사실 TEPU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한국 환경단체들의 대만내 활동은 아예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크게 위축됐을 것이다.낯선땅에서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2년 단교의 아픔을 아직도 곱씹고 있는 대만내에서 언제 테러와 같은 신변위협이 닥칠지도 모른다.그러나 TEPU는 이번 핵폐기물 사태와 관련,만사를 제쳐놓고 한국 돕기에 나섰다. 집권 국민당(國民黨)정부의 핵발전소 추가건설에 반대하는 대만 최대 야당인 민진당(民進黨)의원들과의 연대,핵폐기물 수출반대 공청회 개최,대만전력공사및 외교부.경제부 항의방문등 모든 일정이 TEPU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대만 최대 환경보호단체로 대만내에 9개의 분회를 갖고 1천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TEPU는 지난 87년 11월1일 창립됐다.70년대 공업화에 따라 급속히 파괴되는 대만환경을 살리고자 施교수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대만의 환경을 파괴하는 모든 일에 용감히 맞서 싸우고 있는 TEPU는 특히 88년부터는 매년 전국적으로 반핵시위 행사를 개최하는등 대만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제동을 걸어왔다. 93년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비핵아주논단회의를 계기로 한국등아시아 9개 회원국간에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TEPU는94년 회의는 한국,95년 회의는 대만에서 번갈아 치르면서 한국의 환경단체들과 돈독한 유대를 가져왔다. [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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