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받기 마다한 채 독립생활 만끽-통크族 노부부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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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통크(TONK)족'이 등장했다.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부부끼리 독립적인 노년의 삶을 일궈가는 할아버지.할머니들(Two Only No Kids)이 늘고 있다.
공무원 생활후 정년퇴임한 정길우(70.서울송파구잠실동)씨.슬하에 2남2녀를 둔 정씨는 자식들로부터.분가'한지 5년째에 접어든다.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결혼한뒤 1년정도씩 함께 살아봤지만 이것저것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 결국 평수 작은 아파트를얻어 따로 나가살게 된 것이다.
“끼니때마다 반찬걱정하는 며느리 보기도 안쓰럽지,가끔씩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는 것도 눈치보이지….함께 산다고 꼭 좋은건 아니더라구.떨어져 사니 오히려 서로 걱정도 더해주고 주말이면 자식들과 손자.손녀 모두 모이니 반갑고 좋아.
”정씨는 친구들과 함께 등산과 바둑으로,부인 이정순(65)씨는 근처 문화센터에서 수영과 홈패션을 배우며“젊은이들보다 더 바쁘게 산다”고 자랑이다.
박봉석(68.강원도춘천시)씨는 아예 큰 아들에게 함께 살던 서울 집을 물려준채 부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 경우.자식 내외와 특별히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직장에서 은퇴한 마당에 복잡한 서울에서 계속 사느니 친척과 친구들이 많은 고향에서.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시내에서 떨어진 한적한 시골집에 살면서 부부가 함께 텃밭도 가꾸고 근처로 여행도 다니는 전원생활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는게 박씨의 말.
핵가족이 보편화된 이즈음 노부부 혹은 독신 노인이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 단독세대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0세이상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88년 24.7%에 불과했던 노인 단독세대가 94년엔 41%로 늘어났다. 하지만 물론 이들 단독세대 노인이 모두 정씨나 박씨처럼 당당한 통크족의 삶을 영위하는건 아니다.일정수준 이상의 경제능력과 건강은 기본조건.거기에다 다양한 취미생활과 친구들을 확보,외로움이나 소외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노인의 전화 서혜경이사는 “사실 노인들이 스스로 원해서라기보단 급격한 사회변동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을 견디기 힘들어자식들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인취미교실등 노년층을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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