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종교지도자와 會同 獨善에 화난 民心 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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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종교지도자들과 나눈 긴 대화의 내용을간략히 발표했다.17일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1시간26분,18일 박종순(朴鐘淳).최훈(崔薰)목사와 1시간17분간 시국수습에 대한 건의를 들었다.
그렇지만 金대통령은 자신의 심경을 윤여준(尹汝雋)대변인을 통해“충분히 생각하겠다”“잘 이해했다”고 압축해 표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어려운 상황에 고민할 때 쓰는 YS식 화법”이라면서“金대통령이 공개한 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변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를 보면 金추기경이 대화로 방향을 틀라고 한데 비해,개신교지도자들은 金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달라고 한발 더 나갔다.이 관계자는“대화로 풀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부탁한 핵심당국자는“金대통령은 민심이반적 요소가 있는 복합적인 상황으로 이번 사태를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물론 경제회생을 위해 노동법을 손댈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휴지로 만들수 없다는 소신이 전제로 깔려 있다.
金대통령은 노.정(勞.政)대결,여야대치의 복잡한 구도를 풀기위해선 우선 민심과 민주노총 간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건의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은“독선적으로 비춰진 기자회견때문에 화난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설명했다.영수회담은 그 다음 수순(手順)으로 金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으로 당정의 참모들은 보고 있다.그러나 사 태를 촉발시킨.복수노조 3년유예'조항등 노동법의 재개정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이는 단순히 임기말의 정책혼선을 야기하는 차원만이 아니다.문제 조항은 이홍구(李洪九)대표가 주도적으로 전격 집어넣은 것으로 돼있다.
노동법 재개정쪽으로 바로 가면 당정수뇌부 인책.개편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그럴 경우 金대통령은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관리구도를 새로 짜야한다.때문에 노동법 재개정문제를 국회쪽으로 다시 돌려주면 그런 부담을 안지 않아도 된다는 방법 론도 나오고있다. 해법을 내놓을 시간도 많지 않다.25일 金대통령의 일본방문은 1박2일 일정이지만“한가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金대통령의 결단이 이번 주중 나올 것으로 정치권에선 전망하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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