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효과 높이려면 잠을 충분히 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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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네 시간 자면 합격하고 다섯 시간 자면 낙방한다는 얘기다. 잠을 너무 줄여도 곤란할 것 같다.

잠을 충분히 자면 어려운 공부도 쉽게 할 수 있고 전에 배웠던 것도 기억이 잘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하워드 너스바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학생 200명에게 비디오 게임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테스트를 한 결과다.

연구팀이 선택한 비디오 게임은, 끊임없이 바뀌는 시각적ㆍ청각적 신호에 따라 양손을 움직여야 하는 다감각 가상 환경을 포함하는 고급 프로그램이었다. 연구팀은 지금껏 한번도 비디오 게임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다보니 참가자의 대부분이 여학생이었다.

1인칭 네이게이션 게임은 각기 다른 환경의 지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연구팀은 1인칭 슈터 게임을 사용했다. 자기가 죽지 않으려면 적의 봇(bot. 게임 참가자와 대항하는 소프트웨어 아바타)을 죽여야 한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게임 방법을 가르쳐 주기전에 게임 수행 능력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사전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게임 방법을 가르쳐 준 다음 다시 테스트를 했다.

학생들을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오전 8시에 비디오 게임을 가르쳐 준 뒤 12시간후인 오후 8시에 게임을 해보라고 했다. 두번째 그룹은 오전 8시에 가르쳐준 뒤 이튿날 아침에 테스트를 했다. 세번째 그룹은 저녁에 가르쳐 준 뒤 밤에 잠을 잔 뒤 12시간 후인 이튿날 아침에 게임을 하도록 했다. 네번째 그룹은 저녁에 가르쳐 준 다음 24시간 후에 게임을 시도했다.

오전에 게임 방법을 배운 그룹은 학습 직후에 게임 정확도가 8%P 증가했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난 뒤 게임 정확도 증가율의 절반 가량이 감소했다. 배운 것의 절반 가량을 잊어버린 셈이다. 24시간이 지난 뒤인 이튿날 아침에 테스트를 해보니 게임 정확도가 10%P 증가했다. 배우고 난 바로 뒤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기억해냈다.

저녁에 배운 그룹은 학습 직후 7%P의 정확도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튿날 아침에는 10%P가 증가했고 낮동안에는 같은 수준의 기억력을 유지했다.

너스바움 교수는 “수면은 배우고 난 뒤 낮 동안 잃어버린 기억을 복구함으로써 학습을 강화해주며 배운 것을 금방 잊어먹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읽기와 쓰기 등 언어 학습은 물론이고 테니스처럼 눈과 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기술을 익히는데도 수면을 통한 학습 강화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습 직후에 깨어 있는 낮 동안 다른 번잡한 일과 경험 때문에 학습을 방해하지만 잠 자는 동안에는 이같이 주의산만한 일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대뇌가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잠을 충분히 자면 언어 습득 능력이 향상되며, 낮잠이 기억력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습과 기억’(Learning and Memory)지 최신호에 ‘수면과 감각운동 학습 강화’(Consolidation of Sensorimotor Learning During Sleep)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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