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저 화산의 흰 연기는 절망인가 분노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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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18면

아프리카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검은 대륙의 진주’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 내전의 검은 그림자가 또다시 엄습했다. 다이아몬드와 구리ㆍ석유가 풍부하고 아마존 다음으로 큰 열대우림을 가진 천혜의 자원부국이 해묵은 종족 갈등과 자원 쟁탈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콩고의 비극은 1998년 시작됐다. 5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540만 명이 죽고 20만 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유엔의 중재로 2003년 평화협정안이 체결되면서 내전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로랑 은쿤다 장군을 중심으로 한 투치족 반군이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콩고 반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선 올해 8월 이후 로켓포까지 동원된 총격전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25만 명의 난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콜레라까지 번지면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유엔은 “콩고가 ‘인권의 블랙홀’로 전락했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지만 이웃 국가들까지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태는 되레 악화일로에 있다.

비극의 원천은 명분 속에 감춰진 ‘인간의 사악함’이다. 겉으로는 종족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갈등의 본질은 자원 개발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다. 한반도 11배 크기인 콩고는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미개발 자원보고. 하늘이 내린 그 엄청난 축복을 독차지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콩고 동부 고마시 인근에 있는 키바티라는 마을에서 난민들이 적십자사의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난민들 뒤로 니라공고 화산이 내뿜는 하얀 연기가 자욱하다.

글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사진 키바티(콩고민주공화국)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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