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자 공화국이 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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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오늘의 민주주의를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에 비유하는 이가많다.전자공간을 통해 국민 각자의 의견이 국정에 반영되는 이른바 .정부적 참여(governmental participation)'는 마치 아크로폴리스 근처에 있던 피닉스 광장을 연상케한다. 이제 한계에 달한 대의민주주의를 제치고 국민과 정부가 직접 만나려는 것이다.국민전체를 제4부라고 해 국민부 또는 시민부라는 명칭까지 등장한다.전자민주주의는 이렇게 전개되며 전자공화국의 등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여야가 모여.사이버파티'(http://cyberparty.
ik. co.
kr)를 창립하고 기존 정당에 보완기능을 하기 시작했다.전자국회(GO KEDI)도 이미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에 앞서가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정치.교육.환경.과학기술등 여러분야에서 ▶정보의 접근▶선출직 내지는 정부에 대한 요구▶개인의 자유및 사생활보호등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가운데 여러 단체가 등장했다.
백악관과 정부 각 부처가 등록된 .미국 시민-정부 연결기구(Americans Communicating Electronically)'를 비롯,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증진시키는 정책을 개발하는 민주주의.기술 센터( 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전자공회당을 세워 선거비용을 줄이고 유권자와 후보를 긴밀히 연결하는 정부연구센터(Center for Governmental Studies)등 전자기구가 전자민주주의를 실천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분출되는 요구만큼 해결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사실이다.정부가 관료주의의 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그런 가운데 네오 러다이트(신기계파괴운동)의 이름으로,또는 반지물화(反地物化)현상의 이름으로 정보사회의 진행에 회의 를 느끼는 사람들이 “언제 우리의 찌든 삶이 깨끗하고 아름답고 보람있게 될것이냐”를 계속해 묻는다.전자민주주의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날은 언제 올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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