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나가면‘게임 끝’ 게임 올림픽 네 번째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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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우리나라가 게임 최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일 독일 쾰른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게임 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스(WCG) 2008’에서 금메달 3, 은메달 3, 동메달 1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01, 2002, 2006년 대회에 이어 네 번째다.

한국의 주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에선 국제대회 첫 출전인 박찬수(KTF)가 국내 최강자 송병구(삼성전자)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 큰 관심을 모았다. 워크래프트3 종목에선 세계 최강자로 통하는 장재호(덴마크 MYM)가 네덜란드 국적의 마뉴엘 쉔카이젠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기회 포착에 능해 ‘찬스 박’으로 불리는 박찬수의 우승엔 행운도 따랐다. 그가 예선에서 외국 선수들만 만나 쉽게 결승에 오른 반면, 경쟁자인 송병구(스타리그 우승)와 이제동(르까프, 스타리그·MSL 우승)은 8강전에서 맞닥뜨린 것. 난타전 끝에 송병구가 승리했지만 이미 승기를 탄 박찬수에겐 역부족이었다.

박찬수는 온게임넷의 박명수와 쌍둥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같은 팀 소속인 동생에게 밀리는 모양새였으나 9월 KTF로 이적한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우승으로 우리나라는 이 대회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8년 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외에도 국산 게임인 ‘캐롬3D’와 ‘붉은 보석’ 종목에서 각각 구명진, 컴온베이비팀이 우승해 금메달 3개를 차지했다.

국제 e-스포츠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장재호는 금메달 획득에 실패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그의 별명은 ‘안드로 장’. ‘누구든 덤비면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한국 킬러’로 통하는 쉔카이젠에게 패했다. 쉔카이젠은 장재호와 같은 덴마크 MYM팀 소속이다. 경기가 끝난 뒤 쉔카이젠은 “장재호 선수가 팀 동료라 전략을 파악하기 쉬웠다”고 우승 비결을 말했다.

박명기 기자

◆월드사이버게임스(WCG)=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비디오게임 대회다. 14개 종목, 42개 메달을 놓고 세계 78개국 800여 명의 선수가 격돌한다. 국가 대항전 형태라 ‘게임 올림픽’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선 네덜란드(금 2)와 미국(금 1)이 종합 2, 3위를 차지했다. 내년 대회는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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