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연내 비준할 필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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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연내 처리에 나섰다. 당정은 오는 10일 국회 외통위에 비준안을 상정하고 연내에 본회의 통과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는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수출 의존형 경제에서 FTA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는데 지금 같은 비상시기엔 더욱 그러하다. 국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각국에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FTA 체결이 쉽지 않으므로 한국은 이미 만들어 놓은 한·미 FTA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자유무역협정으로부터 미국 근로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오바마는 특히 유세 기간 중 한국은 미국에 연간 자동차를 수십만 대 파는데 미국은 한국에 겨우 5000대를 판다며 불공정 무역을 집중 거론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 한국이 먼저 비준안을 처리해 놓으면 이에 대한 방어장치가 될 거란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의 반대는 두 줄기다. 우선 쌀 직불금 파동 등으로 농심(農心)이 더욱 흉흉한데 농업을 비롯해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가 비준안을 의회에 보내지도 않았으며, 미국 정부나 의회는 한국이 먼저 처리했다고 해서 이를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이 먼저 처리한다고 해서 손해될 것은 없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 달리 관련 법안 20여 개를 처리해야 하므로 FTA 완결에 시간이 더 걸린다. 피해산업 대책은 병행해 추진하면 된다. 한국은 한국의 시간표대로 FTA에 대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위기상황에서 비준안 처리로 비상 돌파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