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산책>9.이상규의 '대바람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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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85년부터 10년간 KBS국악관현악단 초대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이상규(李相奎.52.한양대교수.사진)씨는 정악(正樂)에 기반을 둔 악기간 음색의 조화를 추구해온 작곡가다.
58년 국악사양성소 4기생으로 입학해 대금을 전공했으나 62년 신국악 작곡공모에 『하늘의 꿈』으로 입상한 후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당시 국악사양성소에는 작곡과정이 없어 김기수(金琪洙)선생으로부터 작곡의 기초를 배웠고 뒤늦게 한양대 대학원에서 김용진(金溶鎭)교수를 사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의 이수자이기도 한 그는 국립국악원 연주단원을 거쳐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국악관현악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터득했고 정악의 장중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창작국악에 도입해 호평을 받 았다.
풍부한 연주와 지휘경험을 바탕으로 『자진한잎』『하현환입 주제에 의한 관현악』『천년만세 주제에 의한 관현악』등 많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78년 대한민국 작곡상 수상작인 대금협주곡 『대바람 소리』는1백곡에 가까운 그의 작품목록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
신석정(辛夕汀)시인의 『대바람 소리』라는 시구에서 악상을 얻어 작곡해 그해 3월 죽헌(竹軒)김기수 선생 송수(頌壽)기념곡으로 헌정됐다.
정악의 우아함과 장중함에다 대금의 연주기법을 망라한 대금 연주자의 기량을 최대한 요구하는 이 작품은 영산회상 상령산 정읍(수제천)등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활용했다.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지는 단악장 형식으로 대금독주 외에 24명 규모의 정악 편성으로 돼 있다.
음계와 리듬에서 보듯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혼재돼 통일감이 흐트러지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정악 특유의 분위기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음악평론가 이상만(李相萬)씨는 『대금 특유의 청아함에 기대어고행을 통해 득음(得音)에 이르는 구도자적인 자세를 흩트르지 않고 있다』며 『넘쳐 흐르는 소박한 인간미는 국악인이 갖는 큰생명력일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김미림<작곡가.서울대 국악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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