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居安思危-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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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이야기다.정(鄭)나라가 송(宋)나라를 치자 진(晋)의 도공(悼公)은 11개국을 모아 정의 수도를 포위했다.놀란 정나라가 군대를 철수시키고 맹약을 맺자 이번에는 초(楚)나라가 정을 쳐들어왔으므로 정은 다시 초나 라와 화친을맺고 말았는데 이에 격분한 연합군이 다시 쳐들어왔다.정은 최강국인 진에 애원했다.마침내 진의 권유로 군대가 철수하자 정나라는 예물을 보내 감사를 표시했다.도공은 그중 무희(舞姬)의 절반을 장군 위강(魏絳)에게 하사했지만 사양하면서 말했다.
『지금 여러 나라를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게 된 것은 공의 공로였지 제가 한 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단 한 말씀만 드리고싶습니다.편안하고 즐거울 때 장차의 위기를 생각하셔야 합니다(居安思危).진나라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릅니다 .대비하셔야지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허리끈 졸라매고 개미처럼 일했던 때가 불과 20년전인데 1만달러 소득을이루고나니 과소비(過消費)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아니나 다를까.불황(不況)이 닥치자 곳곳에서 감원(減員)바람이 한 창이다.
이 모두가 단견(短見) 탓이다.좀 멀리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비를 해야 하며 만반의 준비가 갖춰지면 두려울 것이 없지 않은가.유비무환(有備無患)인 것이다.이번 잠수함 공비 침투 사건에서도 우리는 동일한 교훈을 얻는다.
언제부터 평화가 왔었다고 느슨해졌단 말인가.다시 한번 강 조한다.居安思危!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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