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힐 방북 때 대범한 해결책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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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이 5일 두만강역 인근에서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연해주 남부 하산을 잇는 철로 가설 작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철로는 폭 1.52m의 광궤지만 북한은 이보다 좁은 협궤 여서 두 철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규격을 통일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두만강역 이타르-타스=연합뉴스]

 북한이 핵검증 문제 논의를 위해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대범하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최후 통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6일 보도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과거 6자회담의 주요 고비 때마다 북·미 간 비밀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해 왔다.

조선신보는 이날 ‘부시 정권에 제공된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가 (최후 통첩에) 호응하면 조선반도 정세는 크게 호전될 수 있다”며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6자회담 구도는 붕괴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대범하고 획기적인’ 해결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사의 흐름으로 보면 북·미 고위급 정치·군사 회담을 제안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신문은 “핵 신고서 검증 문제는 단순한 기술 실무 문제가 아니다”며 “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 보장에 관한 문제이며 현 시점에서는 조·미(북·미)가 적대관계 청산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서는 또 힐 차관보가 이번 방북길에 이찬복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표를 면담했으며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조선신보의 이 같은 논조는 비핵화와 연계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 개최를 힐 차관보의 방북 길에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신보는 현재 북·미 대립의 쟁점인 검증 문제에 대해서는 “기술론이나 실무 협상으로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군대가 큰 관심을 돌리는(갖는) 사안인 만큼 그에 대한 접근방식은 교전 상태에 있는 조·미 관계의 현실에 입각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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