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북한이 힐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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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오른쪽에서 셋째)와 성김 북핵대사(왼쪽에서 셋째)가 1일 판문점을 경유해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1일 북한 방문은 북한의 초청에 의한 것이며, 북한이 핵 검증계획서를 중국에 제출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가 시사해 북·미 간에 북핵 문제가 타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누하이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북한이 힐 차관보에게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핵 검증체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증의정서 문제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이 어떤 말을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30일 국무부가 전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1일 판문점을 경유해 육로로 평양에 도착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 북한이 지난 6월 제출한 핵 신고서의 내용에 대한 검증체계 문제를 집중 논의한 뒤 2일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힐 차관보와 그의 일행이 1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의 방북과 관련, “우리의 바람은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들에 우리가 요구했던 검증체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북핵 검증계획서를 제출해야 할 대상으로 중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제출을 요구했던 기존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북한은 6월 말에도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고, 미국 등 나머지 참가국들이 이를 공유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에 시료 채취와 주요 핵 시설 방문 등 미국 측 요구사항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핵 검증 계획을 중국에 제출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잠정 삭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중국은 북한이 핵검증 계획을 수용했다고 발표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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