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카마호 15호 생존 이인석씨가 無線으로 알린 船上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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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페스카마호 15호에서 살해된 선원들은 조선족들에 의해 고기창고에 갇혀 얼어죽었거나 흉기로 살해된 뒤 바다에 던져졌다.
이는 유일한 한국인 생존자인 이인석(李仁錫.27.1항사)씨가26일 오후 선원송출회사인 ㈜제양에 일본무선국을 통한 국제전화로 사고순간을 알려옴으로써 처음 밝혀졌다.
李씨는 30분간에 걸친 교신에서 『나는 항해하는데 필요하다고판단해 살려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李씨의 보고내용.
사고 배가 조업을 중단하고 사모아 어업전진기지로 회항하기 시작한 것은 1일 오후4시쯤.
6월7일 사모아해역으로 가던중 타니아에서 승선한 조선족 7명이 7월29일부터 『일이 힘들다』며 작업을 거부하는 바람에 선원들을 바꿔 태우러 가던 길이었다.
그러나 사모아기지로 되돌아가는 배안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조선족들은 틈만 나면 모여 쑥덕댔으며 한국선원들을 바라보는 눈길도 예사롭지 않았다.
2일 오전3시쯤 조선족들이 선장 최기택(崔起澤.33)씨를 깨워 운항실로 불러내 끈으로 묶고 흉기로 살해,바다에 던지는 것으로 끔찍한 살육극이 시작됐다.
이어 조선족들은 잠자고 있던 한국 선원들을 『선장이 찾는다』며 운항실로 차례로 불러내 흉기로 살해했다.
같은 조선족 최만봉(崔萬奉.27)씨와 인도네시아인 1명은 영하 20도의 고기창고에 가둬 얼어죽게 했다.반란에 협조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들은 실습선원 최동호(19)군의 경우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시켜 산채로 바다에 던지게 하는 잔인한 모습도 보였다.
오전3시부터 시작된 인간사냥극은 무려 7시간이나 계속됐다.이후 조선족들은 생존 선원들을 흉기로 위협,무전기 전원을 모두 끊고 李씨에게 배를 일본으로 몰고가도록 위협했다.
그러다 22일 조선족 5명이 부식을 찾기 위해 고기창고에 들어간 순간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창고 문을 잠그면서 선상반란은 진압됐다.
李씨는 『조선족들이 일본 근해에 도착할 무렵 자신과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모두 죽인뒤 배를 침몰시키고 일본으로 달아날 계획이었던 것같다』고 밝혔다.
부산〓이재국.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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