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中.高生 논술경시대회 고교생部 금상 우수답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3일자(15면)에 이어 게재하는 제2회 전국 중.고교생 논술경시대회 입상 우수작입니다.전체 문제(지문)는 본지 7월27일자 13면에 실려 있습니다.
[편집자註]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효를 삶의 최대 미덕으로 삼고 이를 실천해 왔다.조선시대에는 효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강상죄라 하여 불충죄와 함께 가장 큰 벌로 다스릴 정도였다.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자식이 부모를 때린다거나,자식이 부모를 또는 부모가 자식을 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심지어 유산을 노리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일까지 있었다.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여러 대중매체에서는 전통적인 효를 되살리자는 말을 자주 하 고 있다.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그리고 전통적인 효를되살림으로 이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과거의 효와 현대의 효는 같은 것일까.이 글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현대에서의 바람직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술해 보기로 하겠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부모의 일을 자식이 그대로 물려받았다.그리고 농사일은 경험이 최대의 지식이므로 부모의 조언은 필수적이었다.태어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부모로부터 모든 것을 전수받게 되는 것이다.삶의 방식 자체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부모가 살아온 길을 자식이 똑같이 걷게 되는 것이다.이런 사회에서 부모에대한 공경과 우대는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그러나 현대는 다르다.우리 사회가 근대화돼 가면서 새로운 문물들이 쉴새없이 밀려들고 있고 그 양도 엄청나다.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문물들이 지금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대표적인 예로 컴퓨터를 들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거의 젊은층들이다.이제 부모의 조언은 책에서도 배울 수 있는 정도로 국한됐고 자녀들 스스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 해야 하게 됐다.자연히 부모들은 설 땅을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또한 과거에 효의 개념은 순종의 뜻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자녀는 오직 부조(父祖)를 위해서만 살았고 일했고 죽었다.부조의 뜻이 곧 그네의 뜻이요,부조의 목적이 곧 그네의 목적이었다.만일 어느 자녀가 자기의 뜻을 주장하고 자기의 목적을 관철하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는 불순부모지명(不順父母之命)하는 죄인이 됐던 것이다.그러나 현대에서는 다르다.현대에서는 주체성을 강조한다.부모의 뜻에만 맞춰 사는 꼭두각시이기보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한다.부모 생각대로만 행동하는 이를 「마마보이」 혹은 「파파걸」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웃는 경우가 이를 잘 입증한다.전통적인 효의 개념은 이제 받아들여질 수 없다.더이상 옛날의 효를자식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변화해야 한다.그렇다면 현대에 알맞은 새로운 자식 사이의 관계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제일 먼저 서로가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옛날에는 어려선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고 양육하고 부모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자식이부모를 모시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었다.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절반이상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이제 자식에게 노후를 맡기겠다는 기대를 가져서는 안되게 됐다.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식 또한 마찬가지다.부모를 모시지도 않으면서 부모의 유산을 기대해서는 안된다.철저하게 부 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만 한다.젊어서부터 꾸준히 재산을 축적해 늙어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과거처럼 논 팔고 소팔아 자식의 학비를 부담하고 자신은 희생하는 그런 태도는 버려야 한다.이런 행동은 자식의 부담만 가중시킬뿐 부모와 자식간의관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부모는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자식들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해야 한다.
의식적인 면에서도 부모는 자식이 종속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자식들 또한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자녀도 부모도 모두 독립된 개체일 뿐이다.과거의 노예가 아닌 다음에야 사람이 사람에게 종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식들 또한 하나의 개체로서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물론 자식들도 자신의 뜻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자식이 부모에게 책임을 강요하는 태도도 옳지 못하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교육할 의무가 있을뿐 그들을 위해 희생할 의무는 없다.서로가 서로에게 희생하기를 기대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물론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흘러 부모와 자식간의 정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다 죽은지 한달이 넘어 발견되는 노인들의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 서로간 의 관계를 청산한다는 뜻은 아니다.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숭고하고 끈끈한 것이다.이를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전화 한통이면 가능한 일이다.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상으로 현대에 알맞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짧게 요약하자면 부모와 자식은 서로가 서로를 독립된 개체로인정하고 서로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하지만 너무 이를 강조해 서로간의 정까지 잃어버려서는 안된다.자식 은 부모가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은혜를 늘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동시에 부모도 베푼 만큼 보상받겠다는 생각을 버리고자식을 한 인간으로 인정해야 한다.이렇게 될때 올바른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정립될 것이다.
오지선 부산 영도여고3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