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한국에 보내온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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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 정부의 새 경제팀이 난관에 부닥친 경제운영계획을 전면 재검토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에서 편지가 답지하고 있다.이 편지들은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었던 한국 경제의 돌연사(突然死)를 애도하며 그러나 자신들의 경험을 참작하면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충고를 담고 있다.
◇미국 상무부=미국 경제는 올 한햇동안 물가안정을 동반한 고도성장의 해가 될 것이다.2.4분기는 4.2%라는 보기 드문 고성장을 기록했고 물가상승은 1.8%에 머물렀다.폴 크루그먼 스탠퍼드대 교수는 일본과 한국이 고품질 저가품으로 미국 시장을공략한다 해도 미국의 일자리는 끄덕없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미국 경제는 쾌청(快晴)이다.
◇일본 하시모토 총리=21세기는 대(大)경쟁시대라는 하시모토비전을 한국에서도 음미하고 있는가.재할인율 2.5%도 성에 안차 0.5%라는 초저금리(超低金利)를 유지하는 저비용 구조에서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쇠퇴할줄 모른다.그런데도 나는 국가기능을7개 분야로 축소,민간 자율기능을 더 넓히려 한다.21세기도 일본의 것이 돼야 한다.
◇대만 행정원=대만 경제는 올 한햇동안 지난해와 비슷한 6.
3%의 성장을 이룩할 것이다.우리의 21세기 구상은 아태운영중심(亞太運營中心)의 6개 프로젝트에 집약돼 있다.자유항 건설에서 법령 쇄신에 이르기까지 대만을 환골탈태(換骨奪 胎)하는 계획이 진행중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체코.헝가리.폴란드는 아시아의 네마리 용과 같은 고도성장기에 들어섰다.95년 한햇동안 동구 8개국에 2백10억달러의 외국자본이 몰려들었다.한국 대기업들도많이 투자했다.동구권은 원료 조달과 노동력 확보 가 쉽고 관료부패가 심하지 않다.
◇이탈리아 정부=정치나 사회가 불안하다고 성장이 멈추는 것은아니다.지난해에 우리가 이룩한 3.1% 성장은 서유럽에서는 고도성장이다.그러나 창의력에 가득찬 가족중심의 소기업이 철저한 다품종 소량생산에 매진하는 이탈리아 경제구조는 한국으로서는 흉내내기 힘들 것이다.
◇남미 3국=실패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우리가 귀국에 훈수를 두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브라질은 연간 7천%에 이르던 인플레를 15%이하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칠레는 27%에 이르던실업률을 5%이하로 내렸다.아르헨티나도 2천%에 이르던 인플레를 한자리 숫자로 잡았다.
◇콜 독일 총리=독일의 실패담도 들어두기 바란다.통독(統獨)경비 대기에 휘청거린 독일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나는 과감한 복지축소 계획으로 영국.프랑스처럼 안정성장의 길을 찾고 있다.
편지를 다 읽은 한승수(韓昇洙)경제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지금까지의 경상적자는 지난해의 89억달러가 최고기록이다.만약 올한해 1백40억달러(국제통화기금 추정)의 경상적자를 보면 이번팀은 단군이래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다.과연 전 임자처럼 여덟달을 채울 수 있을까.
(수석논설위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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