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님들 좀 쉬시죠” 수술로봇 시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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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95년 설립된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IS)’사는 수술 로봇 ‘다빈치’를 개발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용 로봇 승인을 받은 뒤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6000억원 매출에 1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빈치는 피부에 최소한의 구멍을 내고 들어가 의사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수술 로봇이다. 미국에서 한 해 시술되는 4만여 건의 전립선암 수술 가운데 41%를 도맡는다. 대당 25억원 정도 하는 것이 전 세계에 700대 이상 팔려나갔다. 국내에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지에 총 16대가 깔려 있다. IS의 주식 공모가는 2000년 9달러였으나 현재 시세는 330달러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120억 달러(약 13조원).

의사가 왕이던 수술실을 로봇이 점령하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회사인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최대 규모인 미국 의료로봇 시장은 2005년 5억6400만 달러에서 2006년엔 7억4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2011년에는 2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 FDA의 승인을 받은 수술용 로봇은 다빈치 이외에 무릎관절의 일부를 수술하는 ‘마코플라스티(미 마코서지컬)’, 척추 수술 로봇인 스파인어시스트(이스라엘 마조서지컬테크놀로지스) 등 3종이다.

국내 기업들도 올해 미국 수술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7월 미 FDA의 승인을 받은 ‘로보닥’이 일례. 코스닥 기업인 큐렉소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미 ‘인튜이티브 서지컬 시스템스(ISS)’사가 1996년 로보닥 개발에 성공했지만 10년 동안 FDA 승인을 받지 못하던 것을 큐렉소가 2006년 이 회사를 인수해 승인을 받아냈다는 것.

이 회사 이경훈 대표이사는 “기존의 수술 로봇이 조이스틱 등으로 작동하는 반자동 개념인 데 비해 로보닥은 완전 자동 수술 로봇이라 FDA 승인 절차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로보닥은 이미 97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보급됐다. 국내에선 경기도 수원의 이춘택병원이 2002년 로보닥을 구입한 이후 총 5대가 도입돼 40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대당 가격은 18억원 정도다.

무릎 또는 대퇴골 관절에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의 경우 의사는 문제의 뼈를 노출시킨 뒤 로보닥에 맡긴다. 로보닥은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인지해 자동으로 뼈를 깎는다. 의사는 깎인 뼈에 인공 관절을 삽입한 뒤 수술 부위를 봉합하면 된다. 종전 인공 관절 수술에서는 의사가 3차원 영상 화면을 보면서 도구를 이용해 직접 뼈를 깎아야 했다. 이춘택 원장은 “로보닥을 이용하면 컴퓨터가 정확히 계산해 시술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절개 부위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박종오(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5년은 의료용 로봇을 비롯해 국방·우주용과 같은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대폭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산업용 로봇은 일본과 유럽이, 국방·우주용 로봇은 미국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용 로봇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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