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祖平統'의 남북대화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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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대남(對南)창구이자 선전기구이기도 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오랜만에 남북대화와 관련해 말문을 열었다.남북한 사이의 현안이나 남한내 정세변화가 있을 때마다 여러 형태의 반응을 보여오기는 했지만 이 기구가 느닷없이 대화문제를 들 고 나와 관심을 끈다.
북한 중앙방송을 통해 16일 발표된 조평통(祖平統)성명은 전체 맥락으로 보아 남한측을 비방하는 선전적인 성격이 강하다.북한이 온갖 성의를 다해 대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남한당국이 대결과 긴장분위기로 몰아 단절된 상황이라는 상투적인 주장으로 일관돼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그러한 성명속에 간혹 정책전환이나 새로운 제안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경우도 있어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하게 마련이다.이번 성명에서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대남 비방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대화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성명모두에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은 북남쌍방에 간절한 과제』라고 전제한뒤 『과거여하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대화의 대상으로 『남한의 현 당국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한 대목이 주목을 끈다.그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의 상대로 거부해온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지칭한다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그래서 대남정책 변화의 신호가 아닌가 하는 일부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그러나金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는 선전적인 측면에도 눈감을 수 없다.더욱이 해마다 이때쯤이면 8.15를 앞두고 북한이범민족회의 등 통일전선 차원의 대화를 제의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진정 남북대화가 간절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누가 옳고그르고를 따지는 군더더기 논리는 필요없다.아무런 조건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의에 동의하면 될 일이다.실제로 남북대화만이 남북관계의 안정과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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