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성방송 뭘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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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천6백여억원이 든 두개의 통신위성이 허공에 돌고 있지만 정부의 위성통신정책은 헛 바퀴만 돌고 있다.위성방송의 법적 체계도 갖추지 못한채 공보처 주장과 정보통신부 주장이 혼선을 빚고있다.공보처가 부분허가에 진입규제라면,정보통신부 는 일괄허가에규제해제 쪽이다.하루 수억원의 돈을 허공에 뿌리면서 분명한 답을 놓고 공리공담을 일삼고 있다.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위성방송사업은 자유시장 경쟁원리 도입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너무나 당연한 답을 놓고 정부는 왜 시간만 끌고 있는가.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가 주최한 「위성방송의 전망과 과제」라는토론회에서 위성방송의 경쟁원리 도입,사전규제 아닌 사후규제적 법제,컨소시엄 형태의 소유구조 등이 심도있게 논의됐다.경쟁원리의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하면서 사후규제로 공익성 을 확보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소유의 집중화를 막자는 대안이다.이미 홍콩의 스타TV,일본의 퍼팩트TV,미국의 디렉TV에 국내기업이 지분참여를 했다는 소식이다.국내에서 방송진입이 어려우면 외국위성을 통한 국내대상 방송은 지금 어디든 가 능할만큼 수없이 채널이 열려있다.우리 위성은 헛돌게 하고 남의 나라 위성에 모두 몰려가게끔 방치할 셈인가.
보도부문은 안되고 대기업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등 산업사회식 낡은 사고로 정보화시대를 열겠다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미디어 왕」이라는 루퍼트 머독이 홍콩에 이어 일본 방송계까지 진출했다.외국자본진입을 엄격히 규제해왔던 일본 방 송계로서는 큰 충격이었다.그러나 일본 여론은 환영이다.차제에 정보의 질과발신(發信)기능을 높이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격려하고 있다.
우리 주변국이 호시탐탐 위성방송진입을 노리고 있는데도 지금 우리는 한가하게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는 규제타령만 하고 있다.지금 당장 문을 열고 뛰어나가도 정상 방송을 하자면 1년여 세월이 걸린다.그래봐야 절반 수명의 무궁화 1호는 결국 2년 남짓밖에 사용하지 못할만큼 시간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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