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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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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7년 한국정치학회와 갤럽이 국내 기관 및 단체를 포함한 10개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군이 1위(62.7%)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부대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1개월간 경기 북부 지역 주민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 주민의 54.3%와 공무원의 66.7%는 “군사시설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기는 하나 다른 지역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주로 도시개발 및 도시계획 제한, 재산권행사 제한, 교통통제 및 혼잡, 소음 등이 그 이유였다.

‘국가 방위’라는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 있는 군으로선 섭섭함이 있겠지만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지 않은 지역에 비해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지역 주민의 심정 또한 헤아려야 한다. 실제로 군은 군사시설, 장비, 인력, 토지, 그리고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을 투입해 국가 방위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확보하고 사용하는 과정(훈련)에서 불가피하게 지역 사회에 크든 작든 불편과 손해를 주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이라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군이 수요자와 공급자로서 지역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군은 주둔 지역에서 부대원의 생활과 부대 운영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구매하며, 재난 및 일손 돕기를 통한 인력·장비의 지원, 그리고 주둔 지역의 시·군에 주민세·자동차세·주행세 등을 납부하는 등 경제적·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군이 국가 방위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주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해당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있다.

실제로 군은 이러한 이중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지역 봉사(26.6%), 민원 해결(22.5%), 지방정부와의 협의(15.0%), 지역 행사 참여(13.1%), 훈련시기 조정 및 훈련 규모 축소(5.3%), 시설 개발 및 장비 제공(5.1%) 등에서 군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군과 지자체가 나서고 있다. 육군의 1군사령부와 3군사령부는 경기·강원도청과 각각 ‘관·군 협의체 구성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합의서는 군의 작전계획과 중장기 지역 개발 계획과 관련된 업무, 지역 내 군사시설 보호구역 관련 업무, 재난 예방 및 환경보전 활동, 민원 및 부대 현안 업무 등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함으로써 민과 군이 상생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같은 민·군 상생 체제가 더욱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군사령부 혹은 군단급 부대에 공보담당관을 임명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휴식공간 확충을 위해 군사시설과 훈련장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야 한다. 영국군은 부대 단위로 산책로, 자전거(MTB)코스, 암벽 훈련장 등을 발굴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군은 사기와 명예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이다. 군이 사기 충만한 조직으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으로부터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신뢰는 군이 주둔 지역의 주민 불편을 덜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때 창출될 것이다. 아울러 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도 군부대를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자랑스러운 이웃으로 인식해야 한다.

강한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