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장면박사 추도미사'서 一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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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여야 정치권의 수장들에게 따끔한 질책과 훈계를 가했다.金추기경은 4일 오전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장면(張勉)박사 30주기 추도미사」를 집전했다.좌석에는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김대중(金大中)국민■ 의총재와 이날국회의장으로 내정된 김수한(金守漢)의원 등 여야정치인들이 앉아있었다. 金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張내각이 5.16으로 무너진 것은 무능과 부패 때문이라는데 그렇지 않다』며 『군인들은 張내각 출범 직후인 60년 9월부터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역설했다. 金추기경은 『청렴결백하고 자신의 모든 걸 나라와 겨레에바쳤던 장면박사에게 유일하게 부족했던 것은 권모술수였다』며 『권모술수가 없어 한국적 정치풍토에 희생된 것』이라고 의미있는 운을 뗐다.
金추기경은 이어 『정치인들이 모든 걸 나라와 겨레에 바쳐야 하는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무서워해야 나라가 평화로운데 요즘 정치인들이 이런 뜻을 받아들이는지 의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덕치의 정치를 받아들일 열린 사회가 못됐다』고 지 적했다.
金추기경은 또 『이상은 현실과 다르긴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서로 적대만 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대치로 점철된 현 정국에 강한 메시지를 던진 뒤 『하느님의 뜻을 진실로 믿고섬기는 정치인이 되어달라』고 당부를 거듭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현실.金총재를 수행한 김옥두(金玉斗)의원은 『金총재가 93년 영국에 머무를 때 영국대사였던 李대표 부부가 김치도 담가주고 식사 대접도 하는 등 극진하게 대해줬다』고 과거를 회상했다.하지만 李대표와 金총재는 단 한마디의 인사말도 없이 이날 악수만 나눈 채 서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한편 이회창(李會昌)전총리의 부친으로 56년 張부통령 암살미수사건 수사검사였던 이홍규(李弘圭)변호사도 張박사 추모강연을 했다.92세의 李변호사는 『사건담당 검사로서 말하는데 그 배후에는 이승만(李承晩)대통령까지 있었다』고 역설했다 .李변호사는천주교도로서 사명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 李대통령을 제외한 내무장관.시경국장.시경간부 등을 모두 기소한 사실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현종.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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