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테리아는 요즘 유행어처럼 유비쿼터스(ubiquitous·도처에 있는) 세균이다. 토양·물에서도 발견된다. 식물은 흙이나 퇴비를 통해 이 세균에 오염되고, 풀을 뜯어 먹은 가축에 전파된다.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식품을 먹었더라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안 된다. 증상이 없거나 독감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이내 치유된다. 하지만 노인·환자(당뇨병·암·에이즈 등)·임신부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는 심각하다. 특히 임신한 여성은 건강한 젊은 여성에 비해 리스테리아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20배나 높다. 태아를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임신 기간에 스스로 면역력을 낮춘 탓으로 여겨지고 있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반을 통해 태아도 감염된다. 리스테리아 식중독이 유산·조산·사산으로 이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리스테리아 식중독은 절대 가벼이 여길 병이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해마다 2500명이 심각한 증상을 경험하고 이 중 500명이 숨진다.
국내에서도 리스테리아가 문제된 적이 몇 차례 있다. 그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1997년 드라이어스 아이스크림에서 이 세균이 검출된 사건이다. 이후 드라이어스사는 한국에서 체인점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우리나라에서 리스테리아는 지정 전염병이다. 리스테리아균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리스테리아 식중독 환자는 없다. 한국인이 리스테리아에 특별히 강해서는 아닐 게다. 이 세균의 잠복기(평균 30일)가 보통 식중독균보다 훨씬 길어 진단이 힘들어서다. 또 의대에서 리스테리아를 배웠거나 임상에서 경험한 의사가 거의 없는 탓도 있다.
대형 식품 안전사고는 식품업체에는 재앙이다. 국내 식품업체도 매케인가의 ‘50년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